[파이낸셜뉴스] 노란 셔틀콕이 파리 아디다스 아레나 위를 가르던 순간, 안세영(삼성생명)은 스스로에게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023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한국 배드민턴 사상 최초로 세계개인선수권 단식 정상에 올랐던 안세영. 그러나 1년 만에 다시 찾은 무대에서 연속 우승의 꿈은 좌절됐다. 31일(한국시간) 열린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천적 천위페이(중국·세계 4위)에게 0-2(15-21 17-21)로 패한 것이다.
경기 직후 안세영은 SNS에 “실수할까 봐 두려워 바보같이 경기한 것 같다”고 자책했다. 이어 “대회를 위해 준비는 정말 잘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제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안세영은 초반부터 흐름을 놓쳤다. 1게임에서 연속 5점을 내주며 흔들렸고, 2게임에서도 천위페이의 노련한 공세에 밀려 반격의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그는 “경기 초반부터 랠리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운영이 전혀 되지 않았다. 클리어도, 스매시도, 타이밍도 모든 게 마음처럼 안 됐다. 결국 모든 부분에서 제가 진 것”이라고 냉정하게 돌아봤다.
이번 대회에서 64강부터 8강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완승 행진을 이어왔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그러나 안세영은 패배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았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금은 정말 허탈하다. 솔직히 제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했다”며 “앞으로 더 완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또한 상대를 향한 존중도 잊지 않았다. “천위페이와 훌륭한 경기를 했다. 결승에서도 행운을 빈다”는 메시지는 패배자라기보다, 세계 최정상 선수다운 자존심과 매너가 배어 있었다.
그의 눈빛은 패배의 아쉬움 속에서도 분명히 새로운 시작을 향해 있었다. 2연패의 꿈은 무너졌지만, 안세영은 여전히 세계 배드민턴 단식의 중심에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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