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점에서 주목할 사례가 K베이커리의 미국 시장 안착이다. 미국에서는 특정 품목에 특화된 베이커리나 슈퍼마켓 중심의 유통이 일반적이다. 반면 매장에서 다양한 빵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방식을 택하면 현지 소비자는 처음에는 익숙한 크루아상이나 페이스트리를 찾다가 점차 단팥빵, 고로케 같은 낯선 메뉴에도 관심을 보인다. 고객층은 교포에 국한되지 않고 현지인으로 확산됐으며, 일부는 대량구매 후 냉동보관해 소비하는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냈다. 이는 단순한 판매 확대를 넘어 '소비습관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생크림 케이크 도입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미국 시장은 보존성이 좋은 버터크림 케이크가 중심이었지만, 상대적으로 덜 달고 신선도가 높은 생크림 케이크는 명확한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관리가 까다롭지만 한국의 노하우가 뒷받침되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이는 제품군 확장을 넘어 케이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혁신으로 평가된다.
빵은 본래 한국적 음식이 아니지만, 한국식 재해석을 더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관세 부담으로 현지 진출의 동기가 커진 지금, 거대한 소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상품 수출을 넘어 'K베이커리'라는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물론 과제도 분명하다. 먹거리 산업의 성패는 신선도와 품질 일관성에 달려 있다. 현지 생산체계 구축, 인력 교육, 엄격한 품질관리 없이는 장기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프랜차이즈 모델로 확장하려면 현지화된 교육 시스템과 공급망 관리가 필수적이다. 결국 지속가능한 성장은 철저한 현지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K베이커리의 성과는 단순한 해외 진출 성공담이 아니다. 이는 한국으로 들어온 빵이, 100여년 만에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입고 다시 서구로 돌아가는 상징적 흐름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지금, 현지화와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낸 이 사례는 향후 우리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잘 보여준다.
■약력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대학원 기술경제 및 정책학 박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자문위원 △무역보험공사 분쟁조정위원회 △대통령직속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분과 부위원장 △서울특별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경제분과 위원장(현)
곽주영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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