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視角]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의 함정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2 18:32

수정 2025.09.02 18:32

김성환 정보미디어부장
김성환 정보미디어부장
"싼 빵을 만들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죄송하다."

구독자 360만명을 보유한 경제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 운영자 슈카의 발언이다. 슈카는 '빵플레이션'에 대응하고자 저렴한 베이커리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소금빵을 990원에 팔았다.

잘 알려진 프렌차이즈 빵집에서 소금빵을 1000원 안팎에 사기는 어렵다. 소비자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식이었지만 슈카의 소금빵은 자영업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마치 자영업자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고정임차료를 내고, 어쩔 수 없는 인건비를 부담하고, 재료 유통구조가 정해진 상태에서 자영업자들이 쓸 수 있는 가격 카드는 많지 않다. 슈카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합리적으로 공급망을 개선했다. 잘한 일이었지만 모든 자영업자들이 똑같이 공급망을 개선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솔루션은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0여년 전 프랑스혁명 직후로 내려가보자. 혁명정부 수장이었던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는 정치적 안정을 위해 민생을 외쳤다. 1793년 9월 공표한 가격상한제(Loi du Maximum general)가 그의 핵심정책이었다. 매점매석을 통해 이득을 얻는 투기꾼은 처벌 대상이 됐지만, 가격상한제를 지키지 않는 상인 또한 얼마든지 투옥이 가능했다. 생필품 역시 가격상한제의 표적이 됐는데, 우유가 대표적이다. 신선식품인 우유는 어린이뿐 아니라 당시 병자에게도 필수재였다. 로베스피에르는 우윳값을 반값으로 낮춰 고시하고, 고시가격보다 비싸게 파는 상인에게는 차익의 2배를 벌금으로 내도록 밀어붙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로베스피에르의 의도와 달리 정부가 가격을 정해놓은 우유는 시장에서 싹 사라졌다. 가격정책 한방에 공급망이 뿌리째 흔들렸기 때문이다. 우유를 만드는 낙농업자들은 젖소를 먹일 사료나 건초 등을 구해야 했는데, 우유 마진이 떨어지니 건초 가격에 상당한 부담이 생겼다. 정부가 우유를 지키기 위해 건초 가격에도 손을 댔지만 이번엔 건초 업자들도 다른 업종으로 갈아타는 현상이 발생했다. 우유 시장 공급망은 더 악화됐고, 우유는 암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신선식품이 됐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가장 뜨거워진 이슈는 배달이다. 더 쉽게 말하면 배달 수수료 문제다. 정치권에선 현재 배달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아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달앱 상한제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배달앱 상한제는 언뜻 보면 이상적인 규제방식이다. 배달 수수료 상한선을 정함으로써 음식점 업주 입장에선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규제인가는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부 외식업 단체들이 주장하는 '15%'를 배달 상한으로 정하면 어떻게 될까. 단기적으로는 일부 소상공인의 부담은 내려가는 게 맞다. 다만 수수료가 현실적이지 않을 경우 로베스피에르의 우유 규제처럼 전체 망 자체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수수료 규제로 라이더 수익이 감소하면 어떻게 될까, 이로 인해 서비스 축소나 지역별 서비스 품질 차이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배달앱 상한제는 일부 시장에서도 적용했던 정책이다. 캐나다의 경우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한 후 라이더 임금이 평균 3.6% 줄고, 소비자 후생이 18% 떨어졌다는 논문이 나왔다. 논문을 쓴 마이클 설리번 웨스턴온타리오대 교수는 시장 전체 후생도 줄었다고 주장했다.

어떤 정부이든, 어떤 정치권이든 악의 있는 정책을 내놓지는 않는다.
다만 선의에서 시작한 규제정책이 장기적으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러 가지 시각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과도한 규제가 나오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역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서서히 나타난 역효과는 바로잡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ksh@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