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양성 현주소 짚은 오세정 前 서울대 총장
무섭게 발전한 中 AI산업 현장
관련 논문수·특허 모두 세계 1위
화웨이 연구비, 韓 전체와 맞먹어
美 견제로 인한 절박함이 동력
정부·기업·학교 삼위일체 협력
영재교육·대학까지 체계화 힘써
핵심인재 이탈하는 우리나라
외국보다 낮은 처우가 큰 문제
과학 기본계획 5년씩 14차 치른 中
일관성 있게 영재 뽑고 특혜 지원
최초가 아닌 효율성에 방점을
제조업 등 잘하는 분야에 AI 접목
무섭게 발전한 中 AI산업 현장
관련 논문수·특허 모두 세계 1위
화웨이 연구비, 韓 전체와 맞먹어
美 견제로 인한 절박함이 동력
정부·기업·학교 삼위일체 협력
영재교육·대학까지 체계화 힘써
핵심인재 이탈하는 우리나라
외국보다 낮은 처우가 큰 문제
과학 기본계획 5년씩 14차 치른 中
일관성 있게 영재 뽑고 특혜 지원
최초가 아닌 효율성에 방점을
제조업 등 잘하는 분야에 AI 접목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목표로 예산을 크게 늘리고 인재를 양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은 이미 양대 AI 최강국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우리는 뒤처진 상황에서 따라잡아야 한다. 인재 양성과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오히려 국내에 있는 핵심인재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 등의 문제로 외국으로 이탈하고 있다. 최근 중국 AI현장을 돌아보고 온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을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중국 AI산업 현장을 실제로 본 느낌은.
▲사실 중국은 그동안 값싼 '짝퉁'을 판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10년 전만 해도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학교를 가봐도 시설이 보통이 아니었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은 지금 AI 관련 논문 수도 세계 1위고, 특허도 1위다. 화웨이 연구단지는 여의도 절반 크기에 2만5000명 정도 연구원이 있었다. 놀라운 것은 화웨이가 쓰는 연구개발비가 1년에 한 35조쯤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와 비슷하다. 3분의 1을 기초과학에 쓴다고 한다. 기초과학에 대한 것은 심사도 안 한다고 한다. 화웨이 회장 런정페이의 철학이 새로운 걸 하려면 기초가 있어야 하고 사람들을 믿어야 된다는 것이었다.
―AI 기업들은 어떤 곳을 봤나.
▲센스 타입이라는 안면인식 기술업체에 갔다. 미국 제재로 최첨단 부품은 못 쓰지만 소프트웨어를 잘 운용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제재를 피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기업인들에게) 질문을 하면 철학적인 것부터 보통이 아니고, 굉장히 똑똑하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AI를 활용해) 교육기기를 만들었는데 수학 답안지를 넣으면 채점이 돼서 나와 놀랐다. 브레인코 최고경영자(CEO)는 카이스트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하버드대학으로 가 박사 과정 중에 창업을 했다고 했다. 이 기업이 의족, 의수를 보여줬는데 팔이 잘린 사람이 의수를 끼고 피아노를 치고 붓글씨를 써 놀랐다. 머리에서 생각을 하면 근육으로 신호가 간다고 했다. 굉장히 신기했다. 같이 간 한국 로봇기업 CEO가 하는 말이 "우리도 하려면 한 1년이면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개발해도 심사에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약간 위험성이 있더라도 일단 팔게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정부, 기업, 학교가 똘똘 뭉쳐 일단 해보자는 식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다시 피드백을 하는 식으로 발전하는 것 같았다. 개처럼 뛰는 사족로봇도 봤는데 시판을 하고 있고, 소방서에서 화재진압에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런 중국을 보면서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만 들었다.
―중국 AI 기술 수준은.
▲중국 AI 기술이 미국의 60% 정도인데 놀랍게도 톱 클래스 연구자들의 반 이상이 중국 출신이라고 한다. 잠재력이 매우 큰 것이다. 왜 우리는 이렇게밖에 안됐는지 생각해 보니 알파고가 알려진 게 벌써 10년 전인데 정부 차원에서 노력이 부족했다. 중국은 2017년에 AI 발전계획을 냈다. 2020년까지는 미국을 따라가고, 2030년에 1등을 하는 목표로 차근차근 밀고 나갔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로 굉장히 절박하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다음 세대의 기술의 총화는 결국 AI니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보통 중국이 사회주의라 창의력이 없을 거라고 한다. 과학 분야는 그렇지 않다. 영재교육 프로그램으로 대학에 들어가면서 바로 논문을 쓸 정도다. 국가에서 굉장히 체계적으로 한다. 2001년에 초등학교부터 정보교육을 했다. '천인계획'으로 사람을 불러오고 몇 억원씩 돈을 준다. 정부만이 아니라 기업, 학교가 삼위일체로 노력한다. 우리가 따라가려면 어영부영해서는 힘들다.
―알파고가 나왔을 때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10년을 허송한 셈인가.
▲인재들이 워낙 중국에 비해서 없다. 세계적 AI 학자를 보면 중국이 반 이상인데, 한국은 2%다. 게임이 안 된다. 서울대나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으로 박사 학위를 받으면 반 이상 외국으로 나간다.
―얼마 전 서울대 교수들이 외국으로 갔는데 처우가 얼마나 차이가 나나.
▲2019년에 대덕전자의 김정식 회장이 500억원을 서울대에 기증했다. 그래서 AI연구소를 만들고 미국에 가서 한국 과학자 40~50명과 만나 서울대에서 AI를 키울 테니까 교수로 오라 했더니 딱 한 명이 오겠다고 했다. 대우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니까. 예를 들어 거기서 박사학위 받고 4~5년 된 경력자들이 3억원에서 4억원 받는다. 서울대에 오면 조교수 연봉이 그 4분의 1도 안 된다. 구글 등에는 하고 싶은 일 하라고 하고, 데이터도 많다. 삼성 같은 대기업에 가도 과거에는 상무급까지는 다 올라갔는데 지금은 중간에 나간다. 한국 연구소 분위기도 굉장히 수직적인 것 같다. 미국은 그렇지 않고, 잘해서 스타트업 가면 스톡옵션 받아 돈을 많이 벌 기회도 있다. 미국 대학도 높은 연봉을 주기 어려워 겸직을 허용한다고 한다. 이후 우리도 첨단분야 겸직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활성화되기가 쉽지 않다.
―떠나는 AI 인재들을 붙잡아 잘 키워야 된다는 건가.
▲그 사람들만 문제가 아니라 외국에서 데려와야 한다. 그러니까 돈이 필요하다. 그게 중국의 천인계획이다. 우리는 아주 몇몇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계만 데려오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닐 것 같다. 뺏기는 입장이니까 일단 붙잡는 것부터 해야 한다.
―AI 인재 유치 계획이 발표됐고, 서울대에서 성과급제를 한다는데.
▲서울대 같은 최고 학부에서 먼저 석학들을 위한 임금체계를 바꾼다든가 해야 할 텐데, 이탈 사태가 안 나려면 지금 법인 구조로 돼 있는데 해결이 안 된다. 기본적으로 교수들의 동의가 없으면 어렵다. 연봉이 어떤 사람이 서너배가 된다면 납득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반대하고 저항이 있을 거다. 한 5%면 모르겠지만 20% 이상이면 누적이 되면 훨씬 차이가 커진다. 누적제를 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 대학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경쟁에 의한 문화를 좀 싫어한다. 대학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고, 공무원도 그렇다.
―의대 쏠림현상은 어떻게 보나.
▲의사 처우가 좀 너무 높은 건 사실이다. 이공계에도 인재들이 온다. 의사라는 직업이 따져 보면 즐거운 직업이 아니다. 이공계는 연구를 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다. 전망이 좋은 곳도 있다. 사회에서 인정을 해주고 도와줘야 되는데 그렇지 않다. 갑자기 연구비를 깎는 일까지 있지 않나. 남들이 볼 때 의대 못 가서 공대 갔다는 시선도 문제다.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문제인가.
▲중국에서는 과학자들을 거의 영웅시한다. 미국은 공대 나와서 돈을 엄청 번 사람이 많다. 아이디어가 좋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우리는 이것도 없고, 그것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이공계 출신으로서 큰돈을 번 사람은 게임업체 '넥슨'까지일 것이다. 미국은 계속 나온다. 그러니까 이공계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길이 굉장히 좁은 것이다.
―중국의 창업 지원은.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나 마찬가지다. 국가자본주의라고 한다. 미국과 우리는 시장자본주의다. 시장에서 어느 벤처가 좋은지 선별하고 투자를 받는다. 중국은 국가가 그냥 해준다. 나중에 경쟁이 심해지지만 초기에는 국가가 돈을 많이 지원해 준다. 우리는 그것도 참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시장에다 맡긴다. 중국은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5년씩 14차까지 했다. 그렇게 계속 연결돼 있고 일관성이 있다. 그다음에 특혜를 주고 영재를 뽑는다.
―우리는 오히려 평등주의를 중요시하지 않나.
▲교육에서 너무 평등주의다. 시험을 점점 쉽게 낸다. 대학에서 선별하기 어려우니까 '킬러문항'이 나온다. 아무 의미 없다. 미국, 중국은 안 그렇다. 느낀 게 결국은 사람이다. 사람이 중요하고 돈은 한계가 있는 거고. 사람을 어떻게 기르느냐가 문제인데, 우리 교육 시스템이나 이공계 개편이 정부가 바뀐다고 바뀌겠나. 사회가 주체가 돼야 바뀌는 거다.
―AI학부를 만들 수는 없나.
▲중국 저장대학에는 AI학부가 오래전에 최초로 만들어졌다. 우리도 그런 식으로 인재를 키웠다고 치자. 지금 서울대나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 분야 석박사를 양성하고 있는데 반 이상 외국으로 가 버린다. 학교 만들고 돈 지원하는 건 물론 안 하면 안 되겠지만 옛날에 선진국 쫓아갈 때의 방법이다. 네이버가 구글이나 애플하고 경쟁이 되나? 3위라도 뒤처진 3위가 되는 거다. 그것도 못하고 완전히 종속될까 봐 걱정하는 거다. 지금 발버둥 치는 거는 많은 나라들이 거의 종속이 됐기 때문이다.
―너무 비관적인 말 아닌가.
▲솔직히 그렇다. 딥시크 보면서 좋았다고 생각한 게 세계 최초가 아니고 '효율적'이라는 것이었다. 그 정도 하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닌 거고, 3대 강국을 걸고 미국, 중국과 맞대결할 실력을 바라는 건 쉽지 않다. 우리가 특화된 분야에서 잘하면 먹고살 수 있다. AI에서도 그런 걸 잘 찾아야 한다. '소버린 AI'는 일단 기반을 깔겠다는 것이고 다음에는 우리가 정말 잘하는 분야에 응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제조업 AI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포항제철에서 용광로 가동을 끊고 냉각시킬 타이밍을 사람에서 AI로 바꾼 거다. 아직도 제조업의 장인이 해야 될 분야들이 있는데 그걸 AI가 대체하는 건데 가능성이 있다.
―물리학과 AI는 어떤 상관이 없나.
▲2024년 AI의 선구자 제프리 힌턴과 존 홉필드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시작은 물리학, 생물 물리학이었다. 인공신경망 연구가 50년 이상 계속됐고 제프리 힌턴이 딥러닝이라는 걸 했는데 물리학에서 나온 거다. 이제 거꾸로 AI를 이용해 물리학을 발전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다. 학문적으로는 단백질 제조 등에서 도움을 받는다. 암 치료 등에서도 활용될 것이다.
오세정 前 서울대 총장은
경기고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대 물리학과에 수석으로 입학,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자연과학대학장을 거쳐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대 총장을 지냈다.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이사,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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