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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론성지·말티재·청남대.. 충북으로 떠나는 가을맞이 여행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8 16:11

수정 2025.09.08 18:36

여름의 기세가 여전하지만 시간의 변화는 어김 없어서 계절은 곧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딱 그 시기다. 마침 충북관광협회가 당일치기로 부담 없이 떠나기 좋은 가을 여행지 3곳을 추천했다.

제천 배론성지
제천 배론성지

■제천 배론성지, 가을이 오고 있어요

배론성지는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장소다. 지금도 전국 각지의 성지순례객들이 끊임없이 찾고 있는 이곳은 특히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에 방문하면 좋다.



신유박해(1801년) 때 많은 천주교인이 배론 골짜기로 숨어들어 살았는데 그들은 이곳에서 옹기 장사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이곳은 순교자 황사영(1775~1801)이 당시의 박해 상황과 천주교 신도의 구원을 요청하는 백서를 토굴 속에 숨어 집필한 곳으로 유명한데, 황사영이 명주천에 쓴 백서 원본은 현재 로마 교황청 바티칸 민속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배론성지는 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인 성 요셉 신학교가 소재했던 곳이자 김대건 신부(1821~1846)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사제 서품을 받은 최양업 신부(1821~1861)의 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엔 순교자의 집 등 종교 시설 외에도 깊은 골짜기 안으로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숨기고 있어 조용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청주 청남대
청주 청남대

■청주 청남대, 대통령의 별장 가볼까?

청주 청남대는 울긋불긋 다양한 야생화와 잘 가꿔진 나무들, 그리고 하늘에 닿을 듯 곧게 뻗어있는 메타세쿼이아가 반겨주는 곳이다. 넉넉한 산책 공간과 가을 옷으로 갈아입어 한층 더 낭만적인 호수와 별장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청남대는 '남쪽에 있는 청와대'라는 뜻으로, 지난 1983년부터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별장으로 이용되던 곳이다. 총면적은 184만4000㎡로, 주요 시설로는 본관을 중심으로 골프장, 헬기장, 양어장, 오각정, 초가정 등이 있고, 총 5명의 대통령이 이곳을 89회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지난 2003년 소유권이 충청북도로 이관되면서 그해 4월 일반에 공개됐다.

청남대는 대통령의 숨결이 살아 있는 역사적 공간이라는 점 외에도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 경관 때문에 찾는 이들이 많다. 특히 봄에는 벚꽃, 가을엔 단풍이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아 해마다 평균 75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보은 말티재
보은 말티재

■단풍길 따라 드라이브, 보은 말티재

형형색색 울긋불긋한 단풍숲 사이로 S자 모양의 도로가 굽이굽이 이어지는 보은 말티재는 가을철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명소다. 창문 너머로 스쳐가는 풍광도 탄성을 자아내지만, 말티재 전망대에 서서 오고 가는 자동차를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말티고개’는 '높은 고개'라는 뜻도 있지만,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요양차 속리산에 행차할 때, 험준한 고개를 넘다가 바로 이곳에서 말을 갈아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말티재는 속리산터널이 개통되기 전 법주사를 가려면 반드시 지나가야 했던 언덕길로, 7㎞에 달하는 길 양옆으로 천연림이 펼쳐져 있어 계절에 상관없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가을에는 샛노랗게 물들어가는 나뭇잎과 붉은 단풍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또 보은 솔향공원 소나무홍보전시관 주차장에서 말티재 정상 쪽으로 왕복 5시간 정도 소요되는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가 조성돼 있어 가을산을 즐기려는 등산객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