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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추석 물가와 히트플레이션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8 18:10

수정 2025.09.08 18:10

김서연 생활경제부 차장
김서연 생활경제부 차장
"추석을 한달 정도 앞두고 있는데 물가 불안이 확대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장바구니 물가가 매우 우려된다"며 추석을 앞두고 성수품을 중심으로 물가 안정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행정 수반인 대통령의 물가 안정화 주문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정권과 무관하게 매년 명절을 앞두고 물가 안정을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이번 추석 물가 안정화는 평년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재명 정부는 집권 초 민생 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정권 출범과 함께 '물가 안정화'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지난해 말 계엄사태 이후 이어진 탄핵정국의 권력 공백기를 틈타 식품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면서 장바구니물가가 급등한 탓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여러 차례 물가 안정화를 주문했다. '라면값 2000원이 진짜냐'는 발언으로 식품업계 전반이 긴장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의 전방위 압박 속에 식품기업들의 물가 인상 러시는 잠잠해졌지만, 장바구니물가 부담은 현재진행형이다. 정책적 노력과 무관하게 폭염·폭우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축수산물의 수급불안이 커지면서 추석 물가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여기에 인건비·물류비 상승까지 더해지며 먹거리 물가는 역대급 상승률을 경신하고 있다. 정부가 비축물량 공급 확대와 대규모 할인 지원 등을 통해 물가 안정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농축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했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7%)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농산물은 2.7% 올랐고, 축산물은 7.1% 상승했다.

이는 폭염·폭우 등 기후변화로 인한 구조적인 '히트플레이션' 상시화를 의미한다. 히트플레이션은 이상기후로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물가 인상은 고스란히 서민 가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명절을 앞둔 제수용품 등 식재료 가격 급등은 저소득층이나 고령층에는 심리·경제적 고통으로 다가온다.


정부는 이번 '히트플레이션' 현상을 단순히 계절·환경적 영향으로 바라보는 정책 실기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민생과 농업 분야 대응전략을 새롭게 수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달여 남은 추석의 물가 안정화 역시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ssuccu@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