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구조개혁
석화 '先자구·後지원' 원칙만 제시
철강 '민간 자율+정부 지원' 유력
제조업 체질개선·산업 전환 분수령
정부 단기처방보다 장기대책 필요
석화 '先자구·後지원' 원칙만 제시
철강 '민간 자율+정부 지원' 유력
제조업 체질개선·산업 전환 분수령
정부 단기처방보다 장기대책 필요
출범 100일을 맞는 이재명 정부가 본격적인 산업 구조개혁 시험대에 올랐다.
석유화학·철강 구조조정이 연이어 추진되면서 한국 제조업의 체질 개선과 산업 전환의 성패가 걸린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8일 석유화학업계는 정부가 발표한 석유화학 구조조정 방안에 따라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지난달 정부와 업계가 석유화학산업의 대규모 설비 감축에 합의하면서 구조조정의 큰 틀은 마련됐다.
하지만 '선(先)자구노력·후(後)지원' 원칙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지원책은 아직 비워져 있다.
이는 과거 조선업 구조조정처럼 정책자금이 대규모로 투입돼 '무임승차 기업'이 양산된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
그러나 업계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한 특별법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당장 정부 지원에 대한 유인 없이는 과감한 자구책 마련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석유화학 구조조정 방안도 곧 나올 것으로 보여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재편 계획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달 중 철강산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일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철강업계에서 자율적으로 구조개편을 하는 기업이 나오는 중"이라며 "9월 중 산업부 중심으로 철강산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업계와 협의해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철강산업은 공급과잉, 탄소규제, 통상압력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 철강 수요 증가율이 둔화됐지만 중국과 인도는 증설을 이어가며 저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하면 국내 철강업체들은 수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대외 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관세' 여파로 올 7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8341만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25.9% 줄었다. 아직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석유화학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이 실행하는 '민간 자율+정부 지원' 방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석유화학과 철강에서 시작된 구조조정 논의는 단순히 개별 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이행 △공급망 회복탄력성 △신산업과 주력산업의 연계 강화 등 산업 전반의 구조적 과제를 풀어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자율과 지원'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에 따라 산업 전환기의 성패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기 처방에 그치지 않고 산업혁신을 향한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김태황 교수는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산업혁신, 즉 구조조정"이라며 "정부가 장기적 발전 전략을 먼저 제시해야 하고, 경쟁력이 떨어진 전통 제조업은 서비스화 전략을 통해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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