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視角] 인공지능과 한국 금융산업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9 18:17

수정 2025.09.09 18:17

홍창기 금융부 부장
홍창기 금융부 부장
"챗GPT를 출시했습니다. 직접 대화해 보세요."

지난 2022년 11월 30일,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적은 글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선보인 직후의 글이었다. 이 글만 보면 올트먼 CEO는 자신의 회사가 세상에 내놓은 챗GPT가 불러올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오픈AI의 챗GPT는 출시 5일 만에 사용자수 100만명을 기록하며 전 세계에 불어닥칠 AI 열풍을 예고했다.

챗GPT 사용자수가 1억명을 돌파한 것은 출시 후 불과 2개월 만이었다. 올트먼은 챗GPT 출시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실험 버전을 내놓았을 뿐인데 세상이 폭발적으로 반응했다"고 털어놨다.

챗GPT가 출시된 지 약 3년이 지난 현재 모두가 AI를 얘기하고 있다. 지난 1월 취임 후 전 세계를 혼돈의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AI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아주 크다. AI라는 단어가 너무 인위적이서 참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지난 7월 말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개최된 AI 포럼에 참석해 AI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쏟아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AI가 완전한, 진정한 천재로 불려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AI의 세상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AI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AI를 세계에 알린 오픈AI 본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실리콘밸리)은 말할 것도 없다. 전 세계 초등학생들이 AI로 수학문제를 푸는 것은 상당히 흔한 일이 됐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의 경우 AI를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알파폴드) 연구에 기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의 모든 금융사도 AI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 금융산업에서 AI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일단 구색은 갖췄다. AI 직원, AI 상담 챗봇, AI 대출심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케팅이나 금융사기 거래 탐지에도 AI가 쓰인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한국 금융권의 AI 활용법은 미국 금융권에서 활용되고 있는 AI와 많이 다르다. 미국 금융권에서 AI 활용은 한국보다 매우 다양하다. 고객 대응 간소화는 물론 내부업무 자동화나 리스크 및 금융사기 대응 고도화, 문서 자동화 등 다방면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다. 미국 금융권의 경우 AI를 활용해 고객 응대를 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미묘한 업무를 실행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미국 금융권의 AI 인력 채용 확대와 AI에 대한 전략적 투자다. 미국은 금융권뿐만 아니라 전 산업군에서 AI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또 미국은 한국보다 규제가 유연해 AI 활용을 폭넓고 빠르게 할 수 있다. 우리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AI를 업무의 보조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AI 사용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임직원에게 있다. 미국과 한국 금융권의 AI 활용 차이를 만드는 큰 요인이다. 올트먼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컨퍼런스에 참석해 AI로 인한 금융산업의 변화에 대해 매우 강도 높은 경고를 했다. 그는 "금융권에 중대한 사기 위기"가 임박했다고 했다. AI의 발전이 금융권의 인증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였다.


우리 정부와 금융권이 올트먼의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올트먼의 경고는 AI를 단순 업무에만 처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한국금융은 미국과 같은 AI 선진국처럼 과감하게 AI를 업무에 활용할 수 없을까. 그렇게 하려면 금융권의 AI 투자가 획기적으로 더 늘어나야 하는 것일까. 금융당국의 AI 규제가 점진적이 아니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이뤄져야 할까. 정부와 금융권 모두가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할 때다.

theveryfirst@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