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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앞두고 美 장관 "추방"… 정부 "자진출국으로 협의중" [한미, 구금사태 '온도차']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9 18:38

수정 2025.09.09 19:31

구금 한국인들 10일 돌아올듯
형식 놓고 韓-美 미묘한 입장차
외교부 "美 재입국 가능하게 조치"
조기중 미국 워싱턴DC 총영사를 비롯한 신속대응팀이 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체포·수감된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기중 미국 워싱턴DC 총영사를 비롯한 신속대응팀이 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체포·수감된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들의 귀국 시점이 10일쯤으로 알려지면서 '귀국 형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측과 협의해 한국인들이 '추방(deportation)'이 아닌 '자진출국(voluntary departure)' 방식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이는 이들이 향후에 미국 재입국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를 총괄하는 크리스티 놈 장관이 '자진출국' 대신 '추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지만 외교 당국은 자진출국 형식으로 귀국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 당국은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한국 정부 자진출국 조율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를 비롯한 외교부 현장대책반은 8일(현지시간) 포크스턴 구금시설을 찾아 오전·오후 두 차례에 걸쳐 귀국 준비를 진행했다. 조 총영사는 "구금된 인원들을 모두 만나 전세기 탑승에 필요한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전세기를 통해 구금된 한국인들을 최대한 빨리 귀국시킬 계획이며, 이르면 10일을 목표로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구금자들이 자진출국 형태로 귀국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고,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조 총영사는 "자진출국 제도에는 5년 입국제한 같은 불이익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구금자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놈 장관 "추방될 것"

이날 놈 장관은 런던에서 열린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정보 동맹) 회의에서 한국인 구금자들에 대해 '추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구금된 한국인 대부분은 추방 명령을 무시해 체포됐으며 결국 추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는 다른 범죄 행위에 연루돼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추방' 발언이 자진출국 절차와 어떤 차이를 의미하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놈 장관은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고용을 창출하려는 기업은 미국 시민을 고용해야 하며, 합법적으로 일할 인력을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애틀랜타 이민 전문 변호사 찰스 쿡은 AP통신에 "조지아 배터리 공장에서 쓰이는 장비는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설치·수리를 위해선 해외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미국인에게 이 기술을 가르치려면 최소 3~5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은 새로운 일이 아니며, 미국 기업들도 해외에 장비를 수출하면 자국 인력을 파견해 설치와 유지보수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의 미온적인 비자 개선 의지

구금된 한국인 대부분은 B-1 비즈니스 방문 비자로 허용된 업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했지만 싱가포르·캐나다·호주 등 일부 FTA 체결국과 달리 국가별 근로 비자제도를 갖추지 못했다.


인트라링크 한국 대표 조너선 클리브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한국 기업들이 바이든 행정부에 비자 문제를 반복적으로 제기했지만, 돌아온 답은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prid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