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급제 논의 본격화
실질소득 안 늘지만 심리적 여유
"노동시장 흐름맞춰 재설계 필요"
주급·반월급제가 소비진작 효과와 근로자의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급제는 정기성과 예측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이제 그 고정성이 유연한 노동시장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질소득 안 늘지만 심리적 여유
"노동시장 흐름맞춰 재설계 필요"
해외 주요국을 중심으로 주급·반월급제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확산했다. 전문가들은 "급여 지급방식이 근로자의 소비, 유동성, 심리적 안정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정책적 유연성과 제도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9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급여지급주기 해외사례 연구 및 다양화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주급이나 반월급제는 단순한 지급주기 변경을 넘어, 근로자의 심리적 유동성 확보와 소비 활성화에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 급여 지급주기가 짧아질수록 소비가 분산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월급제 근로자의 약 73%가 급여일 3일 이내에 월 지출의 절반 가까이를 소비하는 반면, 주급제 또는 반월급제 근로자는 지출이 시간적으로 더 분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큰 금액을 한번에 받는 것보다, 작은 금액을 자주 받는 것이 오히려 재정적 안정성을 높이고 과소비를 막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이것이 소비의 지속성 확보로 이어지며, 특히 저소득층이나 청년층의 생활 안정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급여 지급주기를 짧게 하면 소비가 늘어난다는 결과도 있다. 단순히 돈을 더 자주 받기 때문이 아니라 '주관적 부유감'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즉, 자주 급여를 받는 것은 실질소득이 늘지 않아도 소비 여력을 느끼게 해 저축이나 지출 계획을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한다.
보고서는 "월급제는 정기성과 예측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주급·반월급제는 근로자의 심리적 유동성 확보와 소비진작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며 "기술 발전과 노동시장 유연화 흐름에 발맞춰 급여 지급주기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캐나다·영국 등 주요국에서는 직종별, 산업별, 임금 수준별로 다양한 지급주기 체계를 운영 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는 반월급과 격주급을 기본으로 하되, 고소득 전문직이나 비정규직에 따라 주급 또는 월급을 선택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뉴욕주는 일반 육체노동자에 대해 법으로 주급 지급을 강제하고 있을 정도로 근로자의 현금 흐름을 중시한다.
특히 '온디맨드 급여(Pay on Demand)' 방식이 부상하고 있다. 근로자가 일한 만큼의 급여를 앱을 통해 즉시 인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도입하는 기업이 늘었다. 캐나다와 영국도 이 같은 방식이 점진적으로 확산 중이다. 이직률 감소, 구직자 유입 증가 등 고용안정 등의 효과가 보고됐다.
imne@fnnews.com 홍예지 최용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