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視角] 유명 유튜버와 자영업자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0 18:31

수정 2025.09.10 18:48

강재웅 영상미디어부장
강재웅 영상미디어부장

선한 의도는 선한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우리는 일상에서 처음 의도와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좋은 의도로 한 행동이 예상치 못한 나쁜 결과로 이어져 맹비난받게 되는 경우가 있으며, 반대로 좋지 못한 의도로 한 일이 우연히 좋은 결과로 매듭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현대를 사는 우리만이 아니라 2000년 전 로마시대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로마공화국 말기에 등장해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에 이어 제2의 로마건국 아버지로 칭송받는 율리우스 카이사르 역시 "아무리 나쁜 결과로 끝난 일이라 해도 처음의 의도는 선한 것이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선한 의도와 나쁜 결과'는 오래전부터 반복돼 왔나 보다.



최근 구독자 361만명을 거느린 유명 유튜버도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삼성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출신인 이 유튜버는 시중에서 3000원 하는 소금빵을 990원에 판매했다. MZ세대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공간 설계 업체 글로우서울과 협업해 'ETF 베이커리'를 연 이 유튜버는 일시적인 기간만 운영되는 팝업스토어에서 소금빵, 베이글, 바게트, 식빵, 명란바게트, 단팥빵 등 총 35종의 빵과 케이크를 시중보다 싸게 판매했다. 기획 의도는 "비싼 빵값을 바로잡겠다"라는 명분이었다.

당시 유명 유튜버는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기획"이라며 "가성비를 강조한 새로운 형태의 베이커리 브랜드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독점화돼 있는 대한민국 빵값 구조와 원재료 비용을 직접 분석한 콘텐츠도 공개했다.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산지 직송으로 원가를 낮췄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빵 모양을 규격화·단순화했다"며 "아울러 빵값을 '마진율'이 아닌 '마진액'으로 계산해 원가가 상승하더라도 소비자가에는 반영이 덜 되게끔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싼 가격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장대비가 내린 이 기간에도 기본 3~4시간을 대기해야 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제품 소진으로 일부 소비자들은 빵 구입조차도 못했다. 맛 있는 빵을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 소비자에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였던 셈이다.

하지만 높은 인기에도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휩싸이며 조기종료됐다. 예상치 못한 논란은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원재료·임차료 부담을 무시한 쇼"라며 "특히 비상식적인 가격 때문에 장사가 안 될까 걱정"이라는 호소가 이어졌다. 팝업스토어 주위 일부 자영업자들은 "박리다매가 가능한 사람만 낼 수 있는 가격인데, 동네 빵집은 따라갈 수 없다"며 "결국 기존 자영업자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게 됐다"고 강하게 불만을 터트렸다.

사실 비싼 빵값을 바로잡아 싼 빵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겠다는 유튜버의 기획은 좋았다. 다만 일반 자영업자와 달리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근본적인 차이인 원가를 계산함에 있어 문제가 있었다. 우선 박리다매가 가능할 수 있었던 361만명에 이르는 팬심이다. 단골 고객이 적은 자영업자에겐 언감생심이다. 여기에 팝업스토어 형식이었기에 연간 임차료와 전기료를 납부하는 일반 자영업자와 상황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휴일수당에 4대 보험을 가입한 직원을 상시 고용해야 하는 인건비 등은 반영되지 않았으며 자영업자들의 수입 역시도 배제됐다. 결과적으로 수백만 구독자 채널 덕분에 단기적으로 가능했던 것을 단순 가격으로만 비교한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한국 빵값이 유독 비싼 상황에서의 이 유명 유투버의 실험적 도전 정신은 높이 산다.
이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는 점이다. 이마누엘 칸트는 윤리학에서 행위의 결과보다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려는 진정한 마음이 도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설령 결과가 기대만큼 좋지 않아도 옳은 의무를 다하려는 노력은 지속되길 바란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