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구조 짧은 대표 '그림자금융'
이달기준 잔액 203조까지 불어
비우량기업 회사채 공모 어렵자
대출채권 등 담보로 자금 조달
신용보강 금융사도 리스크 떠안아
이달기준 잔액 203조까지 불어
비우량기업 회사채 공모 어렵자
대출채권 등 담보로 자금 조달
신용보강 금융사도 리스크 떠안아
10일 코스콤CHECK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유동화증권의 잔액은 203조6147억원으로 올해 1월 초(181조9490억원) 대비 21조6657억원 증가했다.
유동화증권 잔액은 지난 2022년 1월 218조3351억원 수준이었으나 그해 11월 레고랜드 사태로 급격히 경색됐다. 이듬해인 2023년 1월 183조3278억원으로 줄더니 2024년 1월 172조6877억원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경계감에 움츠러들었던 유동화증권 시장은 지난해부터 증가하더니 올해 들어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유동화증권 시장은 대표적인 그림자 금융으로 꼽힌다. 특히 단기 유동화증권에 해당하는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등은 발행조건에 따라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 단기 유동화 시장이 규제를 피하려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가 돼왔다. 만기구조가 짧아 경기침체 등 여러 악재가 겹칠 경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안정적인 조달 수단은 아니다.
올해 기업들의 유동화증권 기초자산을 살펴보면 2022년과 비교해 자금조달의 질이 더 악화됐다.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유동화증권은 2022년 1월 1일 기준 117조8580억원에서 이달 8일 기준 76조6355억원 수준으로 약 41조2225억원 줄었다.
정기예금 유동화는 고객이 은행이 맡긴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지난 2022년~2023년 기준금리 급등(연 1.25%→연 3.5%)으로 은행들의 시장성 조달에 해당하는 정기예금 유동화증권 활용이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은행으로 예금이 대량 유입돼 은행으로선 시장성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낮아진 영향이 컸다.
반면 대출채권, 매출채권,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유동화증권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적과 신용도가 악화된 기업들이 늘면서 유동화증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특히 PF유동화증권 잔액은 올해 1월 38조원에서 9월 들어 40조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기예금 기초자산을 제외한 유동화증권은 지난 2022년 1월 기준 100조4771억원에서 이달 8일 기준 127조792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유동화증권 발행이 늘고 있는 것은 신용등급이 우량하지 못한 기업들의 경우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비우량채를 일정 규모 이상 편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더욱이 업황이 좋지 못하거나 경기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비우량채 외면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대출채권, 회사채, 신종자본증권, 카드매출채권, 수익증권(펀드)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은행 및 증권사, 캐피털 등이 신용보강을 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비대해진 그림자금융의 리스크가 자칫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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