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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사수 분수령 다가온다" 고려아연, 실적·신사업 ‘맞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1년]

이동혁 기자,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1 18:41

수정 2025.09.1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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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동안 경영권 분쟁 소송 24건
부채비율도 36.5%→88.9% 상승
고려아연 ‘성과중심 경영’으로 반격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 호실적 보여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주주가치 제고
지난 7월 31일 열린 고려아연 제51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최윤범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지난 7월 31일 열린 고려아연 제51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최윤범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경영권 사수 분수령 다가온다" 고려아연, 실적·신사업 ‘맞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1년]
고려아연을 둘러싼 영풍·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1년째를 맞은 가운데, 고려아연이 사상 최대 실적과 신사업 성과를 앞세워 본격적인 방어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내년 3월 예정된 이사 교체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이 다시 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송 24건·부채비율 급등…경영 불확실성 장기화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9명 중 직무정지 상태인 4명을 제외한 15명이 활동 중이다. 이 가운데 최윤범 회장을 포함한 6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될 예정으로 MBK·영풍 측이 이사회 재진입을 시도할 경우 의결권 지형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이사회 구도는 최 회장 측 11명, MBK·영풍 측 4명으로 경영권 주도권은 고려아연이 쥐고 있다.



실제 양측은 지난 1년간 무려 24건의 소송을 벌이며 분쟁을 이어왔다. 가처분 신청, 주총결의 무효 소송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장기화됐고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 등 방어 비용 부담으로 부채비율이 1년 새 36.5%에서 88.9%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8.8%에서 6.8%로 하락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고려아연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성과 중심 경영' 기조를 앞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7조6582억원, 영업이익은 5300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0.9%, 영업이익은 16.9% 증가했다.

최윤범표 신사업도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이차전지 소재·자원순환 등 전략 신사업이 일제히 흑자 전환 또는 이익 증가를 나타냈다.

특히 최 회장은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해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또 안티모니 수출 개시, 탈탄소 연계 광물 재활용 확대 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 변화 계기 돼

고려아연은 이번 분쟁을 거치며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은 68%로 비금융 대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감사·사외이사후보추천·내부거래·보수·ESG 등 5개 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 체제로 운영 중이다. 또 집중투표제를 정관에 명시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확보한 점도 특징이다.

더불어 고려아연은 올해 두 번째 자사주 소각도 추진 중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MBK·영풍의 적대적 M&A에 대응해 대항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주주환원율은 113.1%에 달했다. 업계는 이를 경영권 방어 이상의 주주가치 제고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기업 신용도 역시 최상위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며 기초·귀금속·전략광물로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견조한 이익창출력을 높게 평가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 취임 후 고려아연은 글로벌 전략광물 허브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라며 "MBK·영풍 측이 비판했던 신사업들도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향후 경영권 분쟁 구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