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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남아달라" 트럼프 돌발 요청… 재미 외국인 숙련공 '엑소더스' 우려 [美 구금 한국인 귀국]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1 18:52

수정 2025.09.11 18:52

한국 근로자 석방 왜 지연됐나
"제조업 부활 정책 발목잡을라"
트럼프, 석방 후 美 잔류 권유
조현 "귀국했다 다시 美 오겠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구금된 조지아 배터리공장 내 한국인 직원 300여명의 석방 지연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잔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구금된 한국 직원들의 미국 내 잔류를 희망한 것은 재미 외국인 숙련공들의 '엑소더스'(대규모 이탈)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외교부는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주미대사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구금된 한국인이 애초 이날 출발하려다 돌연 연기된 '미국 측의 사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잔류 요청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미국 측 사정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 '구금된 한국 국민이 모두 숙련된 인력이니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서 계속 일하면서 미국의 인력을 교육·훈련시키는 방안과, 아니면 귀국하는 방안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알기 위해 귀국 절차를 일단 중단하라 지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 장관은 우리 국민이 대단히 놀라고 지친 상태여서 먼저 귀국했다가 다시 (미국에 돌아와서) 일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고, 미국도 우리 의견을 존중해 귀국하도록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조선 분야에서 제조업 부흥을 노리고 있는 미국으로선 한국의 숙련공 수급이 불가피하다. 이는 최근 미국 내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에 진출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등의 현장 인력이 대거 포함된 상황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강력한 이민 단속'이 오히려 '제조업 부활 정책'의 발목을 잡으며, 미국 내 수천 개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주 노동자 보호를 이유로 한국인 300명을 체포했지만, 이로 인해 수천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배터리 공장 건설에 필수적인 고도의 전문 인력이 막히면서 프로젝트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엘런 휴스-크롬윅 전 포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기존 자동차 공정보다 훨씬 복잡하다"며 "외국인 숙련공이 빠진 미국 제조업 부활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크리스 니콜스 재생에너지 위원회 최고경영자(CEO)도 "수백 명의 특수 엔지니어를 몇 달 만에 현지에서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체포된 근로자들의 변호인 찰스 쿡은 "미국은 배터리 생산 경험이 없어 한국 기업을 불렀다"며 "설비와 기술자까지 함께 데려오지 않고선 공장 건설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한·미 경제 협력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은 상호 관세 인하 대가로 3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를 약속했지만, WP는 "이번 단속이 한국 기업과 정부에 불안감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