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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마라톤 도전 러너들 위한 워치 만들었죠" [fn이사람]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1 19:15

수정 2025.09.11 19:14

김준오 보이스캐디 대표
골프 이어 러닝 시장에 출사표
한국 러너들 목소리 그대로 반영
복잡한 UX·AS 해결… 가격 낮춰
단순 기록측청기 넘어 성장 도와
김준오 보이스캐디 대표. 보이스캐디 제공
김준오 보이스캐디 대표. 보이스캐디 제공
골프 IT기업 '보이스캐디'가 러닝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국내 골프 거리측정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공룡과 맞섰던 그들이 이제는 러닝워치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두 번째 반란을 준비한다. 이름부터 심장이 뛴다. '뉴런(NU:RUN)'. 그 첫 번째 신호탄은 'R21'이다.

11일 김준오 대표(사진)는 "자신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며 단호히 말했다.

그 표정은 이미 결심이 굳어진 러너의 결승선 눈빛과 닮아 있었다.

김 대표가 러닝에 매료된 건 우연에 가까웠다. 지난해 처음 나선 10㎞ 마라톤 대회. 그때 '달리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라고 그는 직감했다. 비즈니스적 계산을 넘어 스스로 달려본 체험이 확신을 더했다. 골프 워치로 다져온 GPS 정밀도와 UX, 그리고 웨어러블 제작 노하우는 러닝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는 "가민은 분명 글로벌 절대 강자지만, 한국 러너들을 위한 제품이라면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장은 만만치 않다. 가민 외에도 이미 삼성과 애플 같은 범용 스마트워치들이 생활 곳곳을 점령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담담하다. 그는 "전용기기와 범용기기는 다르다"며 "골프에서도 스마트워치 기반 거리측정 앱들이 있었지만, 끝내 전문 기기를 대체하지 못했다. 러닝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뉴런 R21은 그래서 더 '한국형'이다. "의도적으로 이 표현을 많이 쓴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담담한 태도였지만 그 속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일단 한국 러너들이 가장 불편해하던 두 가지인 복잡한 UX와 느린 AS를 정면으로 해결하는 것이 첫 번째 전략이었다.

'배워야 쓸 수 있는 워치'라는 불만을 없애고, 고장 시 몇 달씩 걸리던 수리를 '원데이AS'로 바꿨다. 가격 역시 파격적이다. 가민과 비슷한 스펙의 제품 가격을 절반으로 크게 낮췄다.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밴드 컬러와 착용감을 다양화하고 얇고 가볍게 만들어 감각에 민감한 젊은 러너들을 정조준했다.

물론 첫 제품이기에 완벽하지는 않다. 데이터 관리, 맞춤형 코스 추천 기능 등은 아직 미흡하다. 김 대표는 이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김 대표는 "한국 러너들의 빠른 피드백을 반영하는 것이 우리의 힘이다. 골프 워치에서도 그렇게 외국산 브랜드를 이겨냈다"며 "러너들의 목소리가 곧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뉴런 R21은 이름처럼 하프마라톤 '21㎞'를 향한 초·중급 러너들을 겨냥했다. 단순히 기록 측정에 머무르지 않고, 훈련과 성장을 함께할 수 있는 '러닝 메이트'를 지향한다.

김 대표는 "혼자보다 함께 달릴 때 더 멀리 갈 수 있다. 우리가 내놓은 워치가 그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마음으로 추진하는 '뉴런 한강마라톤'은 첫 대회임에도 조기 마감됐다.

보이스캐디는 골프 분야에서 약 15년 만에 언더독의 반란을 완성했다. 이제 그 2막이 시작됐다.

김 대표는 "일단 국내에서 가민을 뛰어넘는 1등 브랜드가 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목소리에는 설렘과 긴장이 공존했다. 언더독이기에 더 단단한 각오였다.
그 각오는 러너들의 심장 박동과 닮아 있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