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도입
카드사, 결제망·가맹점계약 전담
수수료 일방적 통보 큰 부담으로
카드사 간 교차승인·매입 의무화
PG사에 가맹점 관리 권한 허용
결제시장 누구나 뛸수있게 해야
카드사, 결제망·가맹점계약 전담
수수료 일방적 통보 큰 부담으로
카드사 간 교차승인·매입 의무화
PG사에 가맹점 관리 권한 허용
결제시장 누구나 뛸수있게 해야
PG사는 가맹점과 카드사 사이를 연결하는 '온라인 결제의 중개자'다. 소비자가 결제 버튼을 누르면 승인 요청과 결과 전달, 보안, 정산, 환불까지 PG사가 책임진다.
이런 독점적 구조는 오프라인 가맹 계약과 결제망을 카드사가 쥐고 있는 데 기인한다. PG사가 해외처럼 가맹점을 모집하고 단말기를 운영할 수 있다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혁신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출발선부터 혁신 시도가 좌초된다. 간편결제·QR코드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진 지금, 시대착오적인 제약이 아닐 수 없다.
책임 구조도 고르지 못하다. 가맹점 심사와 승인 권한은 카드사가 쥐고 있지만 사고가 나면 책임은 PG사가 지는 경우가 흔하다. 지난해 티메프와 플라이강원 부도 사태에서 PG사가 거액의 환불을 떠안은 것이 대표적이다. 권한과 책임이 따로 노는 구조는 산업 전체의 신뢰를 해친다.
사실 이런 구조는 누구 한쪽의 잘못이라기보다 제도의 역사에서 비롯됐다. 2000년대 초, 정부가 세원 투명화 등을 위해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를 도입하며 카드사가 결제망과 가맹점 계약을 전담했고, PG사는 보조업자로 자리 잡았다. 당시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PG사가 간편결제·QR코드·생체인증 등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적으로는 여전히 '보조' 지위에 머물러 확장이 막혀 있다.
카드사의 독점적 구조와 책임 불균형은 곧바로 수수료 문제로 이어진다.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수수료를 PG사나 가맹점은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협상력이 없는 구조에서 결국 수수료 부담은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으로 '카드 오픈 네트워크' 도입을 제안한다. 지금은 가맹점이 모든 카드사와 각각 계약해야 결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카드사 간 교차 승인·매입을 의무화하면, 한개 카드사와의 계약만으로 가맹점이 여러 카드사와 자동으로 연결되어, 어떤 카드로 결제하든 가맹점은 추가 계약이 필요 없다. 마치 교통카드 한장으로 전철, 버스, 택시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구조와 같다.
이렇게 되면 가맹점은 계약과 관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카드사들은 가맹점 결제 건수를 더 많이 따기 위해 서로 경쟁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수수료가 내려간다. 금융당국이 매번 우대수수료율을 정하지 않아도 시장 원리에 따라 합리적 수준이 형성되는 것이다. 합리적 수수료는 전자금융업자만이 아니라 가맹점과 금융당국 모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방향이다. 금융결제원 같은 중립기관이 운영하면 공공성과 신뢰성도 확보할 수 있다.
과거의 법제는 당시의 필요에 맞춰 설계된 것이었지만, 미래의 결제시장은 훨씬 더 개방적이고 유연해야 한다. 현재 오프라인 시장에서 카드사가 독점적 권한을 쥐고 있는 구조를 바꾸려면, PG사의 오프라인 진출과 가맹점 관리 권한을 허용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동시에 수수료 체계는 카드 오픈 네트워크 기반의 경쟁구조 속에서 합리적으로 형성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렇게 각 사업주체의 역할에 맞게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한다면, 비로소 결제시장의 운동장이 공정하게 정비될 것이다.
이렇게 제도가 손질되면 가맹점은 더 많은 선택권과 협상력을 얻고, 소비자는 더 간편하고 다양한 결제방식을 누릴 수 있다. 산업 전체의 혁신이 가속화되고, 해외 거대 결제기업의 국내 잠식도 막을 수 있다. 반대로 지금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방치한다면 혁신은 스타트라인에서 번번이 멈출 수밖에 없다.
결제는 경제의 혈관이다. 막히면 흐름이 멈춘다. 이제는 카드사 중심의 폐쇄적 구조를 열고, 결제시장을 누구나 공정하게 뛸 수 있는 운동장으로 만들어야 할 때다.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
■약력 △61세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제33회 행정고시 합격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한국거래소 이사장 △토스인사이트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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