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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와 창조의 힘 가진 AI… 인류와의 공존 위한 방향성 제시 [내책 톺아보기]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1 19:51

수정 2025.09.11 19:51

김장현 교수가 전하는 AI 충격파
AI 충격파
김장현 / 원앤원북스
파괴와 창조의 힘 가진 AI… 인류와의 공존 위한 방향성 제시 [내책 톺아보기]
2022년이 저물어 가고 있을 때, 세상은 조용하지만 아주 근본적인, 변화의 첫 울림을 감지했다. '챗GPT'라는 이름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이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처음에는 그저 신기한 기술적 볼거리 같았다.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제법 그럴듯한 대답을 생성해 내는 모습은 흥미로웠지만, 그것이 우리 삶의 문법을 송두리째 바꿀 '충격파'의 시작이었음을 직감한 이는 많지 않았다. 다만 출시 후 불과 5일 만에 100만명이나 모여든, 챗GPT 이용자들의 소리 없는 열광이 미래를 보여주는 방향지시등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불과 몇 달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AI는 보고서를 쓰고, 코드를 짜고,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하기 시작했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믿었던 창의성과 지적 노동의 성역이 허물어지는 광경을 우리는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니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지식의 독점을 끝냈고, 와트의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의 동력이 되었으며, 인터넷이 시공간의 제약을 무너뜨렸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아바타가 되어버린 다음, 마침내 더 새로운 얼굴로 나타난 AI는 인류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거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 그 '충격파'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이 파동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가장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경제 구조, 노동 가치, 교육 방식,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실존적 질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떤 이들은 AI가 가져올 유토피아를 꿈꾸며 생산성의 폭발적 증가와 질병 정복, 인류의 오랜 난제 해결을 노래한다. 또 다른 이들은 일자리의 대량 소멸과 통제 불가능한 초지능의 출현, 기술에 의한 새로운 불평등이 도래할 것이라 경고하며 디스토피아의 암울한 미래를 그린다.

이 거대한 충격파의 영향 아래에서 여러 나라가 치열하게 경쟁하기 시작했다. 패권 경쟁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가 발 딛고 선 대한민국에서, AI는 국가의 명운을 건 생존 전략의 최전선에 섰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AI 산업에 100조원 규모의 과감한 투자를 약속하고, 대통령실에 AI 수석비서관 직을 신설했다. 이는 AI 기술을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이자 안보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이제 AI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었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충격파'는 파괴의 힘인 동시에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창조의 에너지이기도 하다. AI라는 거대한 파도는 이미 우리를 향해 밀려오고 있다. 이 파도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충격파에 나가떨어져 파도에 휩쓸려가면서 표류할 것인가, 아니면 파동의 힘을 이용해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갈 것인가, 둘 중 하나뿐이다.

'AI 충격파'는 지난 10여 년간 AI 시대 인류와 지구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다행성 종족으로 변화하게 될 인류의 모습을 상상하며 저술한 다수의 칼럼을 모으고 다듬었다.

부디 이 책이 독자 여러분께 다가올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고,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주머니 속 든든한 지도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AI 충격파의 희생자가 아닌 포스트휴먼 시대의 주역으로 당당히 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장현 성균관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