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병철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 찰리 커크 피살 사건을 "미국의 어두운 순간"이라 규정하며 정치 폭력 논란이 재점화됐다. 범행 동기와 범인의 정신 상태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좌파가 수년간 커크 같은 애국자를 나치와 범죄자에 비유해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발생한 정치 폭력을 열거하면서도 민주당 인사에 대한 공격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급진 좌파의 폭력이 무고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정치의 온도를 낮추려면 먼저 대통령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트럼프가 최근 시카고를 불바다로 묘사한 온라인 게시물을 거론 "이런 행태를 보이면서 공화당이 정치 폭력을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반박했다.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공화당)는 "내가 하는 어떤 말도 찰리 커크를 되살릴 수 없고, 지금의 분열을 치유할 수도 없다"며 좌우 피해자를 함께 언급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민주당)는 사건을 "역겹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정치 폭력은 어떤 형태든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크는 '터닝 포인트 USA'를 통해 젊은 보수층을 결집시키며 트럼프 지지 기반을 넓혀온 인물이다. 그는 유타밸리대학 강연 중 총격을 당했으며, 당시 'Prove Me Wrong'(나를 반박해보라)이라는 슬로건 아래 청중과 토론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최근까지 캠퍼스를 돌며 친트럼프 문구가 새겨진 모자를 청중에게 던져주는 퍼포먼스로 인기를 끌었다.
이번 사건은 보수·진보 양측 모두에 충격을 주며 정치권 전반에서 폭력의 위험성을 재인식하게 만들었다.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정치적 폭력이 미국 사회에 너무 흔해졌다"며 "모든 정치 지도자와 발언권 있는 사람들은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서는 일부 공화당 인사와 일론 머스크까지 "좌파가 폭력을 조장한다"는 주장을 이어가며 정치적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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