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재정·정치 혼란’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 한국보다 낮아졌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4 21:19

수정 2025.09.14 21:19

피치, 보고서 내고 정치 분열 우려
佛 ‘AA- → A+’ 2년만에 또 강등
마크롱 정부 총리 4번 교체도 주목
"긴축재정 반대" 반정부 시위 격화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낭트 도심에서 "마크롱 폭발"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반정부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낭트 도심에서 "마크롱 폭발"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반정부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신용평가사 피치가 올해 들어 극심한 정치 혼란과 재정위기에 빠진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1단계 강등했다. 반정부 시위에 직면한 현지 정부는 일단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하며 민심을 달랬지만, 부족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프랑스24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피치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에서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1단계 하향하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A+는 피치의 신용등급표에서 5번째로 높은 등급이며 한국 및 영국보다 1단계 낮고, 벨기에와 같다. 피치의 신용등급은 2023년 'AA'에서 'AA-'로 1단계 강등되었으며 2년 만에 또 강등됐다.



피치는 이날 보고서에서 재정위기에 빠진 프랑스가 정치적 혼란을 해결하지 못해 향후 재정 상태가 걱정된다고 분석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정부가 신임 투표에서 패배한 것은 국내 정치의 분열과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방증"이라며 "이러한 불안정성은 상당한 재정 건전성을 달성하는 정치 시스템의 역량을 약화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5.8%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평균(약 3.1%)을 크게 웃돌았다. 국가부채는 GDP의 113%를 넘어 유로존에서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3번째로 높다.

피치의 이번 결정은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국가 마비'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는 지난 7월 국방예산을 제외한 내년도 정부 지출을 동결하고, 생산성 확대를 위해 공휴일 2일 폐지안 등을 제안했다가 야권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바이루는 이달 8일 하원의 정부 불신임 투표로 인해 휘하 장관들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이자 국방장관이었던 세바스티앵 르코르뉘를 새로운 총리로 임명했다. 현지 시민들은 마크롱이 이전 내각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최측근이자 전 내각의 장관을 차기 내각의 총리로 뽑았다며, 시민들의 불만을 무시한다고 주장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르코르뉘가 취임하는 이달 10일을 기해 '국가를 마비시키자'는 운동을 진행했다.

피치는 마크롱 2기 정부가 출범 이후 2년도 되지 않았지만 총리를 4번이나 교체한 점에 주목했다. 피치는 "향후 몇 년간 국가부채 안정화를 위한 명확한 시야가 없는 상태"라며 "국가부채가 2024년 GDP의 113.2%에서 2027년에는 12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르코르뉘는 13일 인터뷰에서 전 정부에서 제안한 공휴일 폐지안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공휴일을 유지하는 대신 "다른 재원 확보를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치적 이념에 상관없이 "세금 정의와 부담 분배 문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르코르뉘는 정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관 통합이나 폐쇄를 포함한 국가 조직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규모 지방 분권화 법안"을 제출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다음 주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다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6월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1단계 강등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해 12월에 정치적 분열을 지적하며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1단계 낮췄다.
S&P와 무디스가 평가한 프랑스의 신용등급은 현재 각사의 평가표에서 모두 4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