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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중도 하차' 망신살 뻗친 컵대회... KOVO가 자초한 ‘최악의 대회 운영’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5 13:45

수정 2025.09.15 13:45

현대캐피탈이 KOVO컵 중도하차를 결정했다.KOVO 제공
현대캐피탈이 KOVO컵 중도하차를 결정했다.KOVO 제공

[파이낸셜뉴스]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중도 하차로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는 사실상 반쪽짜리 이벤트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팀의 불참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 본질은 협회의 안일한 대응과 무책임한 일정 운영에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세계선수권대회 기간 각국 리그와 대회 개최를 금지하는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다. 복수의 구단이 이미 이를 우려하며 한국배구연맹(KOVO)에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KOVO는 “문제없다”는 안일한 답변과 함께 대회 개막을 강행했다.



결국 대회 첫날, FIVB로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불가, 외국인 선수 및 초청팀 불허, 예비 명단 포함 선수 출전 금지라는 강도 높은 조건이 뒤늦게 날아온 것이다. 이는 대회를 강행하기 위한 협회의 무리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KOVO의 행정은 더욱 낯부끄럽다. 대회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가, 몇 시간 만에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며 다시 재개를 선언했다. 하루 단위로 뒤집히는 결정은 구단과 선수단은 물론 팬들에게까지 혼란을 안겼다. 스포츠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과 ‘신뢰’인데, 이번 과정에서 KOVO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잃었다.

현대캐피탈은 결국 팀 해체 수준의 전력 공백을 감내할 수 없어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아포짓 스파이커와 리베로가 아예 없는 상황, 출전 가능한 선수가 8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경기를 강행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선택이다. 팀이 선수 보호를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컵대회는 국제 규정을 무시한 채 진행된 ‘무리수’의 끝이 어떤 모양새를 띠는지 잘 보여준다. 초청팀을 제외하고, 외국인 선수를 배제하고, 예비 명단 선수까지 뺀 채 치러지는 대회는 결코 ‘정상적인’ 프로 이벤트라 부를 수 없다. 여기에 디펜딩 챔프 현대캐피탈의 중도 이탈로 흥행마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이는 선수나 구단의 책임이 아닌, 일정을 잘못 짠 협회의 무능이 빚어낸 결과다.
컵대회는 안하느니만 못하게 치뤄진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대회를 잃은 것’이 아니라 ‘신뢰를 잃은 것’이다.
이번 사건은 한국 배구 행정의 민낯을 보여준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지도 모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