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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번도 안했다” 성생활 포기한 美 20대, 이유가 '이것' 때문?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6 20:00

수정 2025.09.16 20: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미국 젊은 층의 성관계 횟수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성 불황(Sex Recession)’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스위크 "성인 37% 성불황 조짐"

최근 뉴스위크는 가족학연구소(IFS)가 만 18세~64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일반사회조사(GSS) 결과를 인용해 성관계를 '주 1회 이상 한다'는 성인이 전체의 37%에 불과해 “잠재적인 성 불황의 조짐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1990년(55%)보다 18%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IFS 연구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성관계를 갖는 미국인의 수는 점점 감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 성인의 경우 1996년~2008년 조사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성관계를 한다는 응답이 59%를 기록했으나, 2010년~2024년 조사에서는 49%로 감소했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젊은 층의 ‘무성생활(sexlessness)’이다.

뉴스위크는 “젊은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일반적으로 성관계를 덜 한다는 사실이 이러한 현상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IFS 연구에 따르면, 18세~29세 중 지난 1년간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4%로 2010년(12%)과 비교해 두 배 증가했다. 같은 연령대에서 파트너와 동거 중이라는 응답은 2014년(42%)에 비해 32%로 줄었다.

줄어드는 성관계…원인은 젊은 1인 가구 증가, 그리고 '전자 아편'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성관계 감소가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그중에서도 디지털 환경의 변화가 성생활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확산이 인간관계 형성은 물론 기존의 친밀한 관계까지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 1회 이상 성관계를 한다고 대답한 18세~64세 성인 비율 /사진=IFS 홈페이지 갈무리
주 1회 이상 성관계를 한다고 대답한 18세~64세 성인 비율 /사진=IFS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1년간 성관계가 전혀 없었다고 대답한 18세~29세 성인 비율 /사진=IFS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1년간 성관계가 전혀 없었다고 대답한 18세~29세 성인 비율 /사진=IFS 홈페이지 갈무리

이는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세대’에서 언급한 ‘대재편(The Great Rewiring)’ 시기와 맞물린다. 하이트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시기에 사춘기를 겪은 청소년들이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급속한 확산을 계기로 만연한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돼 사회화가 덜 이루어졌으며 이로 인해 은둔형 외톨이 세대가 부상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IFS는 “젊은 성인들이 일주일에 친구와 함께 보내는 평균 시간은 2010년 12.8시간에서 2019년 6.5시간으로 거의 50% 가까이 감소했으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에는 4.2%까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이후에도 수치는 크게 회복되지 않아 2024년에는 일주일 동안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5.1시간에 그쳤고, 자연스레 스마트폰과 SNS, 음란물, 게임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성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또한 IFS는 스마트폰,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에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전자아편’ 때문에 이미 형성된 관계마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3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혼 성인은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으로 대체했을 때 성생활 빈도가 감소했으며, 잠들기 전 SNS나 OTT 등을 사용함으로써 친밀감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 불황' 결혼율과 출산율에도 장기적 영향

‘성 불황’ 현상은 결혼율과 출산율에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뉴스위크는 “유엔 인구 기금(UNFPA)은 올해 6월 전 세계 출산율 위기에 대한 경고를 발표했다”며 “미국에 영향을 미치는 성 불황이 지속될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랜트 베일리 IFS 연구원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삶의 대부분을 가상 세계에서 보내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타인과 물리적으로 함께할 때 더 큰 행복을 느낀다"며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 못지않게 ‘성 불황’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