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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하수처리장 '창작의 요람' 변신 [2025 대한민국 국토대전]

최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7 18:09

수정 2025.09.17 18:10

<국토교통부장관상>
경기 시흥시 있기에 앞서, Before
전시·공연 잇따라 시민들 인증샷 명소
기피시설의 생태적·미래적 대안 제시
유휴 하수처리시설을 재생한 ‘있기에, 앞서' 전경 경기 시흥시·에이코랩 제공
유휴 하수처리시설을 재생한 ‘있기에, 앞서' 전경 경기 시흥시·에이코랩 제공

경기 시흥시는 시화공단과 오이도 사이 대형 하수처리장 내 유휴시설들을 문화공간으로 재생하는 사업의 일환인 '있기에, 앞서'로 2025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국토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있기에, 앞서'는 하수처리시설들 중 오염물질들을 보관, 압축, 분배하는 농축조와 분배조를 재생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시설들은 20년 가까이 작동하다 2020년 전후로 노후화, 대체시설 완공 등의 이유로 가동을 멈췄다.

'있기에, 앞서'를 통해 재생한 농축조는 깊이 3~4m, 지름 11m에 국화빵 모양의 파란 지붕을 얹은 원통형 구조물이다. 교실 크기의 축조물로 오염물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지하에 매립되어 있고, 공간 중앙에는 오염물질을 가공하던 대형 농축기가 자리하고 있다.

재생사업이 진행된 하수처리장 내 유휴부지에는 이 같은 농축조가 10개동 남아 있었다. 이 중 '있기에, 앞서' 조성사업을 통해 2개동은 특수청소만 진행한 후 원형 그대로 존치하고, 3개동은 시설의 원형에 창의적 해석과 독창적 신축구조를 접목해 문화공간으로 재생했다.

농축조와 함께 재생한 분배조는 농축조들을 중간에서 연결하며 물질들을 안배하는 직육면체의 지하공간이다. 본래는 오염물질 처리를 위한 설비들과 배관들이 어지럽게 들어차 있었다. 조성사업을 통해 내부의 설비와 배관들을 제거, 근원적 공간만 남긴 후 천장 일부를 드러내 신성한 느낌을 주는 지상 8m 높이의 펜던티브 돔 첨탑이 조성됐다. 유럽의 성당, 교회 등에서 볼 수 있는 아치형 구조를 하수처리시설을 재생하여 만든 공간을 건축하는 데 적용한 것이다. 산업시설이 지닌 풍광이 주는 경외감은 종교시설에서 받는 신성함과 유사함에서 착안해 도입됐다.

축구장 3분의 1 크기 정도인 '있기에, 앞서' 대상 부지 2000㎡에는 재생을 진행한 농축조 5개동과 그 중심에서 농축조들을 잇는 분배조 1개동이 자리하고 있다. 지하 및 지상 출입구를 통해 공간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며 농축조 3개동과 분배조 1개동을 잇는 지하 복도로는 작은 미로를 여행하는 느낌을 받게끔 연출했다.


2024년 6월 준공 직후부터 이곳은 기획자, 창작자들이 영감을 펼치는 요람이자 재생건축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영화, 드라마, 화보 촬영, 아트북페어, 전시, 공연, 축제 등이 이어지고 있으며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공간을 방문한 시민들의 인증사진도 등장하고 있다.


시흥시는 기피되던 하수처리시설이 '있기에, 앞서' 조성사업을 통해 양지로 나와 시민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가며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생태적, 미래적 대안을 제시했다고 보고 앞으로도 국가와 국민에게 기여할 수 있는 경관사업들을 이어갈 계획이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