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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 골목마다 들어선 19개의 정원… 주민과 세대를 잇다 [2025 대한민국 국토대전]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7 18:13

수정 2025.09.17 18:13

대통령상 전남 순천시 정원을 품은 비타(vita)민(民) 커뮤니티, 저전골
순천시, 쇠퇴해가는 저전동 살리기 팔걷어
4년간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활력’ 회복
전남 순천시 저전골 도시재생 뉴딜사업 활성화 구역 전경. 순천시 제공
전남 순천시 저전골 도시재생 뉴딜사업 활성화 구역 전경. 순천시 제공
2025 대한민국 국토대전 특별부문(사업)에 공모해 대통령상을 받은 전남 순천시 저전골은 '정원을 품은 비타(vita)민(民) 커뮤니티'를 비전으로 추진된 도시재생 사업이다.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활력을 잃었던 구도심을 정원과 공동체 회복으로 되살리며, 전국 확산이 가능한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았다.

저전동은 한때 전남 동부권의 교육과 문화 중심지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신도심 개발과 교육 환경 변화로 최근 20년간 인구가 47.2% 줄고, 고령 인구는 82.3% 늘었다. 노후 건축물 비율도 84.6%에 달하며, 빈집과 점포 증가로 마을은 빠르게 쇠퇴했다.



순천시는 이러한 쇠퇴와 잠재력을 동시에 안은 저전동을 살리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도시재생 뉴딜사업(일반근린형)을 추진했다. 총면적 11만5000㎡, 사업비 197억원(국비 100억원·지방비 97억원)이 투입됐다. 주민협의체·마을조합·현장지원센터·전문 코디네이터가 함께 참여했다. 이후 '비타민 저전골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거점시설을 맡아 운영하며 사업의 지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업의 핵심은 마을 곳곳에 조성된 19곳의 정원이다. 다양한 정원이 골목을 밝히고 주민 교류를 이끌었으며, 학생이 설계한 생태놀이터와 저전성당 역사정원도 호응을 얻었다. 정원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주민과 세대를 잇는 매개체였다. 작은 정원들이 골목마다 들어서며 마을 풍경을 바꾸고, 일상 속에서 주민 교류와 문화 활동을 이끄는 기반이 됐다.

'비타민센터'도 대표적 성과다. 순천남초 유휴 공간을 활용해 전국 최초 학교재생 사례로 조성된 이곳은 청소년·어르신·예술가가 어울리는 세대공감 거점이다. 개소 이후 4만여명이 이용했다.

공간 혁신도 주목받고 있다. 마을호텔은 2022년 이후 2000명 이상이 이용했고, 빈집을 고친 청년 임대주택은 4동 17명을 수용하며 현재 입주율은 90%를 넘으면서 청년 유입에도 기여했다.

골목상권 회복을 위한 '상상대학'은 청년 창업가들이 빈 점포를 리모델링해 가게를 열도록 지원한 프로그램이다. 그 결과 2020년 18곳이던 빈 점포는 2024년 6곳으로 줄었다. 창업과 상권 활성화가 결합하면서 골목길은 다시 활력을 찾았다.

주민 주도의 협동조합 운영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현재 협동조합은 비타민센터·마을호텔·청년주택 등 8개소를 위탁 운영하며 2024년 기준 연 매출 1억원을 기록했다. 주민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고 수익을 창출하며 도시재생이 일회성 사업이 아닌 자립 구조로 정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저전골은 정원 기반 재생·학교재생·세대 통합·상권 회복·협동조합 운영 등을 결합한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쇠퇴한 마을이 아니라 사람과 정원이 함께하는 '모두의 마을'로 거듭나며, 다른 지역 도시재생의 참고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 관계자는 "저전골은 주민 주도로 정원을 기반으로 한 도시재생의 새 모델을 보여준 사례"라며 "대통령상 수상을 계기로 지속 가능한 정원도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