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해상풍력 모든 부품 국산화…생태계 활성화 선순환 꿈꾼다"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9 05:29

수정 2025.09.19 05:29

신동규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 BG 풍력설계 담당 상무
10㎿급 풍력터빈 국산화율 70% 이상...중소기업 생태계 만든다
저풍속도 기술력으로 극복..이용률 30% 이상 달성

신동규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 BG 상무가 17일 창원공장에서 설비를 소개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신동규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 BG 상무가 17일 창원공장에서 설비를 소개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신동규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 BG 상무가 17일 창원공장에서 설비를 소개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신동규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 BG 상무가 17일 창원공장에서 설비를 소개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한국에서의 풍력사업은 에너지안보를 최우선 고려하고, 주요 부품 국산화와 국내 공급망 구축이 핵심이 돼야 한다."(신동규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 BG 상무)
파이낸셜뉴스 창원=강구귀 기자】두산에너빌리티에서 풍력설계를 맡고 있는 신동규 파워서비스 BG 상무는 지난 18일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본사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중국의 해상풍력 국내 진입 추진을 경계했다. 에너지안보 및 국내 산업기여도 측면에서 면밀히 검증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는 판단이다. 두산 풍력발전기에는 센서 300개에 부착돼 유지보수를 최적화하고, 가동률을 극대화 하며 차세대 모델 개발을 위한 인사이트(통찰)를 얻고 있다.

"거의 모든 부품 국산화… 국내 생태계 활성화 선순환 꿈꾼다"
중국 기업에 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부품을 최대한 반영해 10㎿급 해상풍력터빈의 부품 국산화율을 70% 넘게 끌어올렸다.

주단조 프레임류 부품, 발전기 고정자 등 대규모의 제작설비 투자가 필요한 부품, 전력변환장치와 같은 고신뢰성이 요구되는 부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품을 국산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핵심 부품인 블레이드(풍력발전기 날개)를 군산 소재 휴먼컴퍼지트와 20년 이상 함께 개발해 왔다, 블레이드 뿐만 아니라, 10㎿급 풍력터빈의 공급 확대를 통해 국내 부품산업 육성, 신규 고용창출 등 국내 해상풍력 산업생태계가 활성화되는 선순환을 유도한다는 포부다.

앞으로 10㎿급 풍력터빈의 공급 확대를 통해 국내 부품산업 육성, 신규 고용창출 등 국내 해상풍력 산업생태계가 활성화되는 선순환을 유도한다는 포부다. 20㎿급 초대형 풍력터빈도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터빈 설치성, 마샬링포트(배후항만), 계통 인프라 등이 관건이다.

그는 "현재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국산화 부품의 신뢰성 시험, 대규모 실증운전 평가를 통해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신뢰성을 검증하면서 공급업체의 상업적 경쟁력도 강화했다"며 "영구자석동기형 발전기 등 추가부품의 국내 개발과 제작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부품 국산화율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지난 2005년 해상풍력 사업을 시작한 두산에너빌리티는 2010년 3㎿급 해상풍력발전기, 2019년 5.5㎿급 해상풍력발전기 개발을 완료하는 등 규모를 점차 키워나가고 있다. 2022년에는 8㎿급 해상풍력발전기 실증을 마치고 올해 10㎿급의 국제 형식인증까지 확보했다.

2017년 제주 탐라(30㎿), 2019년 전북 서남해(60㎿), 2025년 제주 한림(100㎿) 프로젝트에 해상풍력발전기를 공급해왔는데 사업 초기 부품 국산화율은 30% 수준에 불과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중소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서 해법을 찾았다. 1차 벤더까지 포함하면 이미 약 150여개의 국내 중소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마저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해상풍력 발전기 품질도 경쟁사 못지않다. 주요 부품의 신뢰성 향상을 위해 부품 단품시험에서 인증규정을 훨씬 능가하는 부하시험 및 가속수명시험 등 극한시험을 통해 1단계 검증을 진행해서다. 2단계에선 실제 현장에 설치하고 장기간의 운전을 통해 터빈의 신뢰성을 높였다.

풍력발전기 회전체의 주요 부품인 메인 베어링, 전력생산 및 전력품질의 주요 요소인 전력변환장치 및 블레이드는 영국의 OREC와 같은 해외의 풍력전문 연구기관, 국내외 시험기관들과 헙업한다. 각각의 부품 특성과 10㎿급 풍력발전기의 운전특성에 맞는 신뢰성 시험을 별도로 수행 중이다. 설계 검증 및 추가적인 개선사항을 도출해 10㎿급 풍력발전기의 설비 신뢰도를 해외 선진기업 수준과 동등하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에서 대규모 풍력단지가 조성되는 서남해 해상은 대부분 연평균풍속이 6.5∼7m/s의 저풍속 지역이다. 해상풍력은 보통 이용률 30% 이상이 되어야 경제성을 달성할 수 있는데, 국내 서남해 해상 풍속이 낮아 해외 풍력터빈의 경우 30% 이용률 달성에 어려움이 있다. 그는 로터직경 극대화에서 해법을 찾았다. 저풍속 해상환경에서도 이용률 30% 이상 달성하도록 설계했다. 발전단가를 절감해 경제성 있는 풍력단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공공입찰 3년 만 더 지속되면 자생적 경쟁력 확보"
두산에너빌리티는 10㎿급 해상풍력터빈 개발로 15㎿이상급 대형화를 위한 핵심기반 기술인 시스템 통합, 블레이드, 제어기술을 검증하고 경험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15㎿급 이상의 초대형 풍력터빈을 설치할 수 있는 설치선 등 인프라가 없다. 해상풍력의 볼모지에 씨앗을 뿌리고 가꿔온 셈이다. 현재 국내 해상풍력 사업 규모는 GW 이하다. 하지만 초대형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시장이 확보되고, 관련 인프라 확충이 가능할 경우 초대형 모델 개발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국내 풍력시장이 충분히 확대되지 않아 국내 풍력업계가 가시적인 사업적 성과를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상반기 고정가격경쟁입찰제도에서 공공주도형 시장이 신설됐고, 공급망 및 안보기여를 위해 공공기관 지분참여와 정부 R&D 실증시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내 풍력산업생태계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R&D성과물이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공트랙의 활용이 지속돼야 한다"며 "국내 발전사를 중심으로 국산 풍력발전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상풍력단지를 개발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과 장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공공입찰을 통해 689㎿ 규모 해상풍력 사업을 선정했다. 이는 국내 풍력 서플라이체인에서 혁신적인 사건이다. 공공입찰이 3년 만 더 지속되면 부품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정부 인센티브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어 "국내 풍력 시장은 초기 단계로 정책·제도, 인프라, 공급망 등 모든 부분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기업도 최선의 노력을 하겠지만, 정부도 초기 시장에서 에너지안보 및 연관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유기적인 민관 협력을 통해 시장을 만들어 나가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 및 전남지역 계통부족으로 해상풍력 보급과 조성이 지연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RE100산업단지 조성과 에너지고속도로 조성의 빠른 추진이 필요하다고 봤다. 해상풍력의 간헐성과 불안정성에 대한 계통안정성을 유지하고, 계통부족에 대한 미흡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을 연계하는 기술개발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국내 기술개발 결과물이 산업화와 연계될 수 있는 지속적 정책개발이 필요하다"며 "국내 신뢰성 시험설비 구축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이 기술개발을 가속화해 풍력관련 개발 및 유지보수 전문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기반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여 년간 화력발전 보일러 설계를 시작으로 환경설비와 서비스 설계 업무를 수행해왔다. 최근 6~7년간은 두산의 친환경 신사업에 참여했다. 석탄화력발전의 연료 전환을 위해 무탄소 암모니아 연소 기술개발과 실증을 주도하고, 영국 존슨매티(JM)와 협력해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을 기반으로 한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 생산기술도 확보했다. 현재는 해상풍력 기술개발과 사업 수행에 전념 중이다.

신 상무는 "한국형 해상풍력터빈의 신뢰성을 높이고 공급망을 강화해 해외시장 진출도 모색할 계획"이라며 "전력계통 확충, 배후항만 확보, 대형 터빈 설치선 확보 등 현안이 균형 있게 추진되길 기대한다. 정부가 기술개발·실증 지원, 차세대 기술 및 테스트 인프라 구축, 한국형 풍력사업 효율화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지속한다면 기술 선도 기반을 한층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화력발전처럼 풍력에서도 한국이 세계시장을 이끄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신 상무는 2022년부터 풍력터빈 개발을 총괄하며 10㎿급 한국형 해상풍력터빈을 완성한 주역이다.
지난 7월에는 국제 형식인증까지 취득하는데 성공했다. 국제 형식인증은 풍력터빈 설계, 제작을 점검하고, 시제품에서 그 성능과 하중 적합성을 확인하는 절차다.
형식인증이 완료되면 상용제품으로 공급 가능한 수준임을 의미한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