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경쟁력은 안정적이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전력의 공급과 직결되기 때문에, 새 정부는 에너지 고속도로의 구축을 중요 국정 과제로 선정하였다. 미·중을 포함한 주요 국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며,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에 사력을 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에너지기구는 AI발 글로벌 전력수요를 현재 415TWh에서 '30년 945TWh로 전망하고 있다. '30년 미국과 중국이 AI에 사용하는 전력량은 우리나라 전체 소비량보다 많은 695TWh에 이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세계 6위권의 전력 소비국이지만 데이터센터 소비량은 8.2TWh로 미국의 1/20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 전력망이 포화되어, 신규 데이터센터의 수용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전력산업 경쟁력이 AI 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전자생존(電者生存)의 시대'에 전력망 부족 사태의 해결은 시대적 과업이 되었다.
전국에 산재하는 태양광, 풍력 등 분산형 발전기가 생산한 전력을 AI 데이터센터 등 전국 소비자에게 막힘없이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 것이 전력망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이는 전력망이 '강하고(strong)', '똑똑하고(smart)', '유연해야(flexible)' 가능해 진다. 강한 전력망은 충분한 송전선 등 전력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서해안 초고압 직류송전망(HVDC) 건설이 대표적이다. 다음으로 똑똑하고 유연한 전력망은 AI 기술을 활용하여 전력 수급을 최적화하고, 전력 수요지에 인접한 마이크로그리드 공급 체계를 구축하여 송전선로 건설 부담을 완화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또한, 에너지저장장치(ESS), AI 기술을 활용하여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예측하고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하는 가상발전소(VPP), 전력계통의 요구에 반응할 수 있는 전기차(V2G)와 지능형 수요반응(DR) 등을 활용하여,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전력망을 말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은 똑똑하고, 유연함에 집중한 정책이다. AI 산업과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게 될 우리나라 전력망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의 건설 등으로 강해져야 하고, 동시에 차세대 전력망의 추진으로 똑똑하고 유연해져야만 한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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