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는 "결국 멀쩡한 원화를 두고 돈을 들여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유통하는 망을 구축하자는 이야기인데 그 쓸모를 아직은 모르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수년 전 반짝하고 떴던 메타버스나 대체불가능토큰(NFT)처럼 소리 소문없이 사라질 수 있다"면서 "집에 메타버스 책이 3권이나 있는데 최근엔 펼쳐본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가상자산업계는 물론 정부·여당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게임체인저'라고 확신하고 있다. 며칠 걸리던 해외 송금이 수분 만에 이뤄지고, 매 분마다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혁신'이라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책실장, 그리고 금융위원장까지 시대적 요구라는 시각을 내비친 만큼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성큼 다가왔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민병덕 의원은 이미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현물 디지털자산 ETF 및 토큰증권 발행(STO)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 의원은 23일 코리아블록체인위크 2025(KBW2025)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다가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우리가 도입을 회피하고 눈감는 사이 해외에서 발행된다면 (그 코인이) 시장을 장악하게 될 텐데 이는 곧 원화의 가치가 해외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통화량까지 줄면 타국 통화에 종속되는 통화주권 약화로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통화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시각도 있다. 기존 은행에서도 횡령부터 파산까지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은행이 아닌, 기업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유통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급준비금부터 대주주 적격성까지 관리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어떤 사기꾼이 지급준비금 100%를 보장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 뒤 실수(혹은 고의)로 파산하면 누가 어떻게 책임질까.
외환 송금 수수료로 이미 수익을 내고 있는 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소식 한마디에 주가가 출렁이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어서다.
NFT와 메타버스 열풍은 순식간에 식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NFT 광풍을 이끌던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은 지난달 1330만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지난 2022년 5월 기록한 최고가(6억5400만원) 대비 97.96% 주저 앉았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