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개그계의 대부’로 불리던 원로 코미디언 전유성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76세.
25일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에 따르면, 전유성은 폐기흉 증세가 악화돼 이날 오후 9시 5분경 눈을 감았다. 유족으로는 딸 제비 씨가 있으며,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전유성의 인스타그램에는 “대한민국 개그의 새로운 틀을 세운 분”이라는 추모 글이 올라오며 고인의 명복을 기렸다.
전유성은 2020년까지 방송된 KBS의 간판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원안을 구상했으며, 대학로에서 소극장 위주로 이뤄지던 개그 공연을 방송 무대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그의 기획력은 방송 3사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토대를 마련하며 한국 코미디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방송 인생은 우연한 한순간에서 출발했다. 곽규석이 MC를 맡던 '쇼쇼쇼' 녹화장을 찾았다가, 화장실로 향하던 곽규석에게 다가가 “원고는 누가 씁니까?”라고 물었고, “내가 쓴다. 왜?”라는 답이 돌아오자 곧바로 “제가 대신 써오면 안 될까요?”라고 제안했다. 이후 그가 직접 써낸 원고가 채택되면서 전유성의 본격적인 방송 작가 생활이 시작됐다.
개그맨 최양락의 회고에 따르면, 전유성은 개그맨으로 데뷔하기 전 영화사에서 광고 카피라이터로도 활동했다. 업계에서 이미 재치 있는 감각으로 명성이 자자했으며, 특히 영화 '부시맨'의 “하늘에서 콜라병 하나가 떨어지며 영화가 시작됩니다”라는 카피, 공포영화 '헬 나이트'의 “당신이 우리나라 최초의 심야극장 관객이 되십시오”라는 카피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전유성은 또 ‘개그맨’이라는 호칭을 처음 사용한 인물이다. PC통신 시절 아이디도 ‘gagman1’이었다. 낯선 용어를 쓴다는 이유로 선배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표현은 한국 대중문화 속에 굳건히 자리 잡았다.
사업적 감각과 창의력도 남달랐다. 심야 볼링장과 심야극장 운영은 시대를 앞선 실험이었다. 또한 저서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1999)에서는 ‘신선한 공기를 캔에 담아 팔기’, ‘생일 신문’, ‘읽던 책 산골 아이들에게 기증하기’, ‘가로수 분양’, ‘맥주 주유소’ 등 일상화된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이미 제안했다.
전유성은 여러 저서를 남겼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대표로부터 “앞으로는 컴퓨터를 모르면 안 되는 세상이 온다”는 조언을 듣고 집필한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는 정보통신부에서 상을 받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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