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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3500억달러 선불" 트럼프 발언, 고도의 계산 깔려있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8 18:11

수정 2025.09.28 18:11

'투자 확정 이후 관세인하' 확고
美 국채발행 한계 다다른 상황
사업성 불투명한 알래스카LNG
남의 돈으로 투자 리스크 상쇄
韓·日에 지속적으로 참여 손짓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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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한국에 요구한 3500억 달러 선불 발언에 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과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를 압박하려는 수단이라는 해석이 있다. 또 새로운 투자를 위해 국채를 더 이상 대규모로 찍어낼 수 없는 미국의 입장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정확한 배경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 등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27일(현지시간) 일부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투자의 선불과 한국 정부의 반응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합의와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무역 합의 덕분에 한 사례에서는 9500억달러(약 1339조원)를 확보하게 됐는데 이전에는 전혀 지불하지 않던 금액"이라며 "아시다시피 일본에서는 5500억달러(약 775조원), 한국에서는 3500억달러를 받는다. 이것은 선불"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에 일본 정부 역시 침묵하고 있다.

■자국민을 위한 트럼프식 화법

이달 미국과 무역합의를 한 일본은 55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선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투자는 2029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때때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거래에 따라 일본은 미국이 프로젝트를 선택한 후 45일 이내에 자금을 이체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까지 거론하면 투자금을 선불로 규정하고 발언한 것은 미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예를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우리는 하루에 약 20억 달러의 관세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관세 수익은 평균 2억 달러 수준이었다. 그 외에도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인 화법이라는 평가다.

■위험성 큰 투자를 위한 현금필요

또 미국의 대규모 투자를 고려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위험성이 큰 투자를 다른 나라의 자금으로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줄곧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미국의 국채발행 규모는 37조 달러가 넘었고 이자로만 나가는 돈이 1조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적자 때문에 국채를 추가로 발행 할 수 없다.

결국 국내 투자를 위해서 동맹국들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자율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는 현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위험성이 큰 사업에는 일본이나 한국이 투자 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일본, 한국 등 국가들이 알래스카의 거대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에 파트너로 참여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알래스카주 북부 해안가의 프루도베이와 포인트 톰슨을 아우르는 노스 슬로프 지역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800마일(약 1300㎞)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알래스카 남부 해안의 항구 니키스키까지 운송한뒤 이를 액화해 매년 2000만t씩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배로 수출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사업성 때문에 수 십년간 진행되지 않았다. 알래스카 지역신문 역시 "누가 건설 비용을 지불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보도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이를 염두한 고도의 계산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prid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