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탈원전 시즌2 군불?
기후에너지환경부 설치 강행
'재생에너지=절대 선'은 망상
세상에 완전한 에너지는 없어
에너지 전환 아닌'믹스'가 답
기후에너지환경부 설치 강행
'재생에너지=절대 선'은 망상
세상에 완전한 에너지는 없어
에너지 전환 아닌'믹스'가 답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초장부터 스텝이 꼬이고 있는 느낌이다.
현 정부는 전력 확보 방식에 관한 한 국내외 이중 잣대를 적용 중이다. 즉 해외로 원전 수출을 추진하면서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의 군불을 때고 있다. 최근 정부 대표단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 참석해 K원전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한 게 전자의 사례다. 그런가 하면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얼마 전 간담회에서 신규 원전 계획의 원점 재검토를 시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때 문재인 정권처럼 대놓고 탈원전을 내세운 적은 없다. 하지만 지난 11일 취임 100일 회견이 변곡점이었다. 즉 "AI를 위한 데이터센터 등에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원전을 짓는 데 최소한 15년은 걸리는데 무슨 원전을 짓나"라며 원전엔 부정적 시각을 표출했다. 특히 "풍력·태양광 이건 1~2년이면 된다"며 재생에너지 진흥에 체중을 확 실었다.
그러나 그의 언급은 정확한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건설허가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6기 건설기간은 평균 9.7년이다. 대규모 태양광·풍력 단지도 각종 인허가 절차와 전력망 연계까지 감안하면 7~10년 걸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대통령이 원전 건설 기간은 인허가 시간까지 보태 최대한 늘리고, 태양광·풍력은 순수 건설 기간만으로 최소화해 비교한 셈이다. 이는 현 정권이 '환경 탈레반' 세력들의 입김으로 태양광·풍력 등에 '올인'하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현 정부가 '탈원전 시즌2'를 지향한다면 사태는 심각하다. 4차 산업혁명기에 급증하는 전력 수요는 태양광·풍력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이들 재생에너지는 원전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데다 치명적 약점이 있다. 즉 밤낮과 날씨에 따라 발전 공백이 생기는 '간헐성'이다. 얼마 전 서해안 주말 나들이에서 이를 실감했다. 바람이 불지 않아 몇 시간이나 멈춰 선 풍력발전기의 날개를 보며….
지금 미국은 우리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풍력·태양광 발전은 세기의 사기극"이라며 이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두 번째 집권 후 다시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한 그다. 탄소 등 온실가스 증가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라는 건 세계 기후학계의 다수설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이를 부인하는 소수설에 기대 풍부한 자국산 석유와 천연가스를 활용하거나 원전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무조건 백안시하는, 트럼프의 비과학적 자세를 우리가 답습할 필요는 없다. 철학자 칼 포퍼는 어떤 이론이 모든 걸 설명한다는 독단적 주장은 '사이비 과학'이라고 했다. 그의 관점으로는 현 정권이 원전을 사실상 포기하고 재생에너지 일변도로 간다면 이 또한 비과학적 태도다. 세상에 지고지선인 에너지는 없다. 모든 발전원은 장단점이 있다. 원전은 현재 발전단가가 재생에너지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이 골칫거리다. 언필칭 친환경 에너지라는 태양광·풍력도 산림 파괴와 환경 훼손 논란을 빚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선'이란 도그마에 빠져선 곤란하다. 문재인 정권 때 밀어붙인 태양광산업은 정부보조금을 빼먹으려는 '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했었다. 국토 면적이 좁은 처지라 해상풍력까지 배제할 순 없다. 다만 중국이 공급망을 틀어쥔 태양광만 쳐다보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에 미국과 협력 여지도 큰 K원전을 외면할 까닭도 없다. 결국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믹스'가 답이다. 에너지원별 기술 발전 추이를 살펴보면서 전력 생산방식의 비중을 조정해 나가는 합리적 조합을 짜야 한다.
kby777@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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