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교육 본질 되살린 '고교학점제 유연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30 18:15

수정 2025.09.30 18:30

김나나 서강고등학교 교사
김나나 서강고등학교 교사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은 학교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시작이다. 학생이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하는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교육의 주체로서 자기주도성을 기르고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다년간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업무를 해본 입장에서 분명 의미 있는 전진이다. 하지만 제도가 현장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는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지원하려는 취지였으나, 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교사의 유연한 지도 방식을 제약했다.



또 학교생활기록부 세부능력 특기사항을 매 학기 500자씩 기록하는 방식도 학생 성장을 세밀히 담으려는 의도였으나, 이는 한편으로 교사의 상담과 수업 개선 여력을 줄인 측면이 있다.

지난 25일 발표된 '고교학점제 유연화 방안'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교사는 가르침에, 학생은 배움에 집중할 수 있어야 제도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다. 우선 환영받는 변화는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시수를 학점당 5시수에서 3시수로 줄인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 상담과 수업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양을 줄이고 질적 교육에 집중할 여유가 생긴 것이다. 또 지역 여건에 맞춰 예방지도와 정서지원 프로그램 운영 비율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어 실제적 지도가 가능해졌다. 학교생활기록부 공통과목 기재 분량도 연간 1000자에서 500자로 줄어 핵심 내용에 집중하고, 기록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게 됐다.

학생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지원 체계도 촘촘해졌다. 기초학력 부족 학생을 위한 통합 지원은 물론, 진로를 명확히 정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진로 탐색 콘텐츠가 강화된다. 특히 진로·학업설계 지원단이 온·오프라인 상담을 병행하게 돼 학생들에게 충분한 상담 제공이 기대된다.

운영 여건 개선 측면에서는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적정 교원 확보를 추진하고, 교사들의 다과목 지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강사 채용 예산이 지원된다. 시도 간 온라인학교 교류를 통한 원격 수업 체계와 학교 밖 교육 운영도 활성화돼, 도시와 농촌 간 교육 격차를 줄이고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할 여건이 마련됐다.

물론 이번 방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성취평가제 이해 제고, 세밀한 보장지도 체계 구축 등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교육부가 현장과 소통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의 목표는 학생 개개인을 존중하고, 그들이 고유한 빛깔을 찾도록 돕는 데 있다. 앞으로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을 위해 거쳐가는 곳이 아닌, 학생이 적성과 희망에 따라 성장하는 터전이 돼야 한다.
이번 정책 조정은 이를 현실로 만들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나나 서강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