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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누구를 위한 교육정책인가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01 18:11

수정 2025.10.01 18:28

김만기 전국부 차장
김만기 전국부 차장
교육부와 통계청(국가데이터처)이 사교육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7년 이후, 대한민국의 사교육 시장 팽창은 멈추지 않고 있다.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사교육비 총액은 2007년 20조400억원에서 29조2000억원으로 45.7%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학생 수가 150만명 이상 감소했음에도 총액이 늘었다는 사실이다. 더 심각한 것은 사교육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지출액은 2007년 28만8000원에서 2024년 59만2000원으로 105.6%라는 기록적인 증가율을 보였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학생 한 명에게 들어가는 실질적인 사교육 비용은 46% 이상 폭증했다.

이는 교육제도 자체가 고비용 경쟁 구조로 심화됐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사교육비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새로운 입시 항목들의 끊임없는 추가와 정책의 불안정성에 있다.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 명분 아래 고교학점제나 정성적 평가를 도입했지만, 현장에서는 이 모든 새로운 항목이 결국 '대입'이라는 거대한 블랙홀로 흡수된다. 학생들은 내신등급은 물론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비교과 활동, 논술, 면접 등 수많은 평가요소를 관리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선행학습 규제로는 해결되지 않는 시스템적 압박이다.

고등학생들은 단 하루도 입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입시지옥'에 갇혀버렸다. 3년 내내 학교 공부, 학원 수업, 비교과 활동 등 모든 시간을 입시에 저당 잡힌 채 보낸다. 내신이 불리하다고 느낀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고 있다. 실제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검정고시 출신자는 31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새로운 정부는 지금이라도 교육정책의 명확한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은 과연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교사나 공무원들의 행정적 편의를 위한 것인가. 선행학습 금지처럼 개인의 학습 속도를 획일적으로 제한하고, 규제만으로 풍선을 키우는 정책으로는 교육 현실을 바꿀 수 없다. 정책의 중심에는 '학생'의 주도적인 성장과 행복이 있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사교육 폭증의 현실을 엄중히 인식하고, 미래 교육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대입 제도 단순화'와 '공정성 신뢰 확보'에 둬야 한다. 입시 불확실성을 낮추고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되 부정행위를 엄격히 처벌해 공교육 신뢰를 되찾는 것이야말로 학부모 불안을 잠재우고 사교육 지옥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정책혼란의 비용은 결국 학생들이 지불하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