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필리핀서 또 발견된 中 수중드론…몰래 해저 염탐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02 13:45

수정 2025.10.02 13:45

팔라완섬 인근서 어민이 발견, 해경 조사
장비 내부에 중국어 센서 표기 및 해양 측정 기능 확인
불법 해양 조사·간첩 활동 가능성 제기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필리핀 중부 팔라완섬 근처 바다에서 발견된 중국 것으로 추정되는 수중 드론. 연합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필리핀 중부 팔라완섬 근처 바다에서 발견된 중국 것으로 추정되는 수중 드론.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필리핀 해역에서 중국 것으로 추정되는 수중 드론(무인잠수정·UUV)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남중국해에서 중국 활동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필리핀 당국은 해당 장비가 해저 지도를 작성하거나 감시 활동에 동원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사안은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리며 지역 긴장을 높이고 있다.

1일 필리핀 해경에 따르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팔라완섬 인근 해역에서 어민들이 조업 중 길이 3.6m의 어뢰형 수중 드론을 발견해 신고했다. 해경 조사 결과 기기에는 '해수염도센서' 등 중국어 표기가 있었고, 수심·수온·염도를 측정하는 각종 센서가 장착돼 있었다.

장시간 해수에 노출된 흔적도 남아 있었다.

필리핀 해경은 이 드론이 중국의 해저 지도 제작이나 불법 해양 조사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로니 길 가반 해경 사령관은 "우리 해역에서의 무단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범국가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리핀 해역에서 중국제 드론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이후 최소 5차례 유사 장비가 발견됐고, 일부에서는 중국 통신사 유심칩과 중국산 배터리팩이 확인됐다. 필리핀군은 이 장비들이 첨단 수중 감시와 해저 지도 작성에 활용됐으며 한 사례에서는 중국 본토와 암호화된 통신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했다.

필리핀 당국은 이미 지난 1월 군사기지와 주요 인프라를 정찰하고 데이터를 중국에 넘긴 혐의로 중국인 6명을 체포했다. 이후 수백명 규모의 간첩 조직을 적발하며 대중 경계 수위를 높여왔다.

남중국해 갈등은 최근 더욱 첨예해졌다. 중국은 지난달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무단 출입 시 처벌 방침을 밝혔다.
전날에는 중국 해경이 해당 해역에서 건국 76주년 국경절을 맞아 오성홍기를 게양해 필리핀의 강한 반발을 샀다.

중국이 수중 드론을 포함한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해저 지형과 자원 분포를 장악하려 한다는 게 글로벌 사회의 우려다.
국제해양법상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무단 조사 활동은 불법이며 이는 필리핀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역내국들의 해양 안보에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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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