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절도 사건 항소심 결과 관심
검찰, 논란 인식해 시민위원회 열기로
오는 10월 30일 항소심 2차 공판
검찰, 논란 인식해 시민위원회 열기로
오는 10월 30일 항소심 2차 공판
[파이낸셜뉴스] 피해액 1050원의 이른바 '초코파이 절도 사건'이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면서 항소심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한 가운데 2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초코파이·커스터드 절도 혐의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 지난달 18일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1)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A씨 측은 공소사실과 관련해 "고의로 과자를 훔친 게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해당 사건을 보면서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며 "1심 판결이 나왔으니 항소심에서도 이 사건이 절도 혐의가 성립되는지 따져보겠다"고 했다.
이른바 초코파이 절도 사건으로 알려진 해당 사건은 지난해 1월 18일 오전 4시 6분께 전북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에서 발생했다. 협력업체 직원인 A씨는 사무실 냉장고에 있던 초코파이(450원)와 커스터드빵(600원)을 꺼내 먹은 혐의로 회사 측으로부터 고발당했다.
당초 검찰은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해 A씨를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벌금 5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에서 A씨와 회사 측의 주장은 엇갈렸다. A씨는 "평소 동료 기사들이 '냉장고에 간식이 있으니 먹어도 된다'고 했다"며 "그 말을 듣고 초코파이랑 과자를 꺼내먹었는데 왜 절도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물류회사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이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기사들에게 제공한 적은 있지만, 기사들이 허락 없이 간식을 꺼내간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엇갈린 주장 속에서 물류회사 건물 구조와 주변 진술 등을 근거로 A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피해액 1050원…논란 일파만파
2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액이 1050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해당 사건을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협력업체 직원이 먹은 건데 너무하다", "이걸 왜 기소하고 벌금형을 선고하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해당 사건 피고인을 '현대판 장발장'으로 규정하고 재판부에 무죄 선고를 촉구했다. 장발장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인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으로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옥살이를 한 인물이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지난달 30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안업체 노동자 A씨가 휴게실 냉장고에서 1050원어치의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먹었다는 이유로 절도범이 됐다"며 "이는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조성수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도 "A씨와 동료들은 해당 업체의 양해를 받고 10년이 넘게 탕비실의 간식을 드문드문 이용해왔다"며 "동료들도 이러한 관행을 설명하기 위해 사실확인서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일반 절도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일이 한순간에 절도가 된다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라며 "반드시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전주지검은 2차 공판 전 시민위원회를 열어 사건을 심의하기로 했다. 시민위원회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폐해를 견제하고 관련 사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0년 도입된 제도다. 주로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에 대해 수사 또는 공소제기, 영장 청구 등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결정에는 구속력이 없지만 검찰은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여 향후 수사·공판 단계에서 주된 참고 자료로 사용한다.
검찰이 해당 사건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의 구형량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민위에서 A씨에 대해 선처를 권고한다면 검찰이 매우 이례적으로 선고유예를 구형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당 사건의 항소심 2차 공판은 오는 10월 30일 열릴 예정이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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