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산업·인구·금융 '3중 침체'의 악순환
저성장에 지방 산업은 쇠퇴 압박
인구 줄자 돈의 흐름 수도권으로
기업대출·소매금융 메마를수밖에
저성장에 지방 산업은 쇠퇴 압박
인구 줄자 돈의 흐름 수도권으로
기업대출·소매금융 메마를수밖에
■산업·인구 빠지자 금융도 '흔들'
8일 산업연구원 '2024 지역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종업원 5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는 수도권 1362개, 지방 970개로 집계됐다. 은행권 입장에서도 대출 여력이 크고 신용도가 높은 우량 거래처가 수도권에 집중된 모습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역 대기업은 지방은행보다는 시중은행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방은행은 지역에 뿌리를 둔 산업과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측면이 있다. 전반적 경기 위축이나 중국과의 경쟁으로 지역 산업이 악화되면서 지방은행의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인구구조의 변화도 지방은행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지방의 인구 증가율(추계인구 기준)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부터는 수도권 인구가 계속 늘어난 반면, 지방은 감소세로 전환됐다.
그 결과 2020년을 기점으로 수도권 인구가 지방 인구를 앞질렀고, 이후 격차는 해마다 더 벌어지는 추세다. 이런 인구 감소는 지방은행의 소매 금융부문의 약화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젊은층 인구는 점점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고, 지방에 남은 젊은층의 경우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더구나 지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수도권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수요는 시중은행에 집중되기 마련"이라고 전했다.
■더 깊어지는 금융공백
지방은행의 위기는 지방의 산업과 인구 기반이 무너진 결과다. 산업이 멈추면 돈의 흐름도 멈추고, 인구가 줄면 금융의 기반이 무너진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만큼 지방의 '금융공백'은 더 넓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미래 국토이슈 전망과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50년 우리나라 인구는 연평균 -0.8%, 2070년에는 -1.2%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인구 감소에 더해 경제 측면에서도 저성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재성장률은 2020~2030년 1.9%에서 2030~2060년 0.8%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전통 제조업 중심의 지방 산업도시는 구조적 쇠퇴 압박이 커지고, 인프라 노후화에 따른 유지관리 부담까지 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 감소와 저성장이 동시에 진행되면 지역 산업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지방은행이 의존해온 기업대출·소매금융의 기반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과 인구가 줄어들면 금융은 버틸 수 없다. 지방은행의 문제는 개별 은행의 경영 실패가 아니라 지역경제 구조가 무너진 결과"라며 "지방은행을 살리려면 산업·인구·금융을 묶어 함께 보는 정책적 접근과 함께 지방은행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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