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꽈당'의 기술...9년간 이어진 두 여자의 공모[거짓을 청구하다]

이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1 05:00

수정 2025.10.11 05:00

의도적으로 낙상 사고 벌여 보험금 수령
9년 동안 800여일 반복 입원
교보생명 AI 기술로 사기 행각 밝혀내 
사진=챗GPT
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우리 보험으로 돈이나 벌어 볼까?"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55)와 강원도에 거주하는 B씨(50)는 2010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된 사이다. 주부인 두 여성은 가세가 기울자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서로의 비슷한 처지에 공감하고, 함께 일하며 깊은 고민을 들어줄 만큼 친한 관계로 발전했다.

그리고 두 여성은 '합심'해서 이 상황을 이겨내려 했다.

목격자 없는 곳만 노려 보험사기 계획

이들이 경제적 여유를 되찾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보험사기'다.


A씨와 B씨 모두 교보생명의 보장성 보험을 가입해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보험사기를 계획하기 시작한다. 목격자가 없는 곳을 노려 의도적으로 넘어져 낙상 사고를 당하는 것이 전략이었다.
이들은 일정 기간을 두고, 장소를 바꿔 '꽈당'의 기술을 선보였다. 하루는 상가 내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굴러떨어졌다. 산과 계곡 등을 다니며 고의로 넘어지기도 했다.

연이은 낙상 사고에 의심받지 않도록 꽁꽁 언 빙판길, 물이 고인 목욕탕 등 미끄러운 곳을 이용해 넘어졌다. 자전거를 타다가 계획적으로 고꾸라지기도 했다.

A씨와 B씨는 서로를 제외한 목격자가 없는 곳에서 사고를 유발하며 2011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9년 동안 사기 행각을 벌였다. 그리고 늘 같은 의료기관의 병실에 반복적으로 입원했다.

9년간 의도적 사고로 입원한 날은 800여일에 달한다. 이렇게 수령한 보험금은 약 3800만원.

AI에 의해 발각된 사기 행각

긴 시간 이어진 이들의 사기 행각이 드러난 건 교보생명의 K-FDS(Kyobo-Fraud Detection System)을 통해서다. K-FDS는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기반으로 운영되며 보험사기의 특징을 학습한다. 학습한 사례와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대상자를 찾아내 보험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K-FDS가 9년 동안 같은 병원에서 비슷한 사고로 치료받았던 A씨와 B씨를 포착했다. 교보생명은 K-FDS를 통해 이들의 보험금이 비슷한 패턴으로 청구됐다는 것을 알게 돼 자체 수사에 나선다.

이후,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를 통해 A씨와 B씨는 보험사기특별법 위반 과다 입원 혐의로 벌금형이 선고됐다.

보험금을 노리고 목격자가 없는 단독사고를 꾸며 장기간 입원을 반복하는 행위가 단순한 '편법'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라는 점을 보여준 판결이다.
최근 AI 기술은 보험업계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AI가 보험 가입부터 보험금 청구까지 고객 여정 전반을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열쇠가 된 교보생명의 K-FDS처럼 AI가 보험사기 적발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교보생명의 K-FDS는 지난 2018년 7월부터 시범운영되며 현재까지 보험사기 적발에 큰 공을 세우고 있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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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rd@fnnews.com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