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전자정부' 경고음 수차례...마비 사태 번진 '사후약방문'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3 14:20

수정 2025.10.13 15:08

[민낯 드러낸 디지털정부, 전면 개조 시급하다]
[파이낸셜뉴스] 2023년 11월 17일 오전 8시 40분경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업무 관리 프로그램인 새올, 온나라, 인사랑, 행복e음 등이 먹통이 됐다. 이후 사흘간 일선 행정복지센터 민원처리 및 서류발급이 불가능했고, 지자체 공무원의 인사, 복지 등 업무가 마비됐다. 무인민원발급기도 작동하지 않아 일반 시민들이 행정 민원을 처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금융회사들이 사용하는 정부의 신분증 진위확인 서비스가 불통돼 일선 은행 창구도 북새통이 됐다. 행정전산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국민들과 공무원들의 일상에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고였다.



당시 사고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네트워크 오류가 원인이었다. 일선 공무원이 민원을 신청받아 행정전산에 요청하면 이 업무를 각 서버로 분산해 주는 네트워크 장비 라우터의 불량으로 정부 행정전산망이 일주일 가까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국민의 질타 속에 사고 수습 뒤 행정안전부는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노후 장비를 교체하고, 이원화 시스템을 구축해 한 곳에서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바로 서비스를 재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재해·재난·장애 상황에서도 백업 시스템이 바로 작동하도록 '액티브-액티브' 방식의 재난복구(DR)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25년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2년 전 약속은 결국 '허언'이었음이 드러났다.

사이버테러에 멈춘 정부, 경고 잇따라도 손놓은 정부

우리 전자정부는 UN과 OECD 평가에서 수차례 1위를 달성했다. 2020년에는 행정안전부가 기존 전자정보국을 디지털정보국으로 개편하고 디지털정부로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그럼에도 이원화, DR 구축 같은 기본 대응체계는 여전히 부실한 실정이다. 정부가 2005년 디지털 행정서비스 고도화, 효율화, 안정화를 목표로 통합정부전산센터를 구축한 이래 한국의 전자정부 시스템은 수차례 사고를 겪었지만 대응책은 감감무소식이다.

2009년 7월 7일 당시 사이버 테러의 대명사격인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한국을 향했다. 메일 서비스 등 일반 포털을 시작으로 정부, 금융, 언론기관 등 대형 사이트가 차례차례 접속이 막혔다. 특히 정부·금융·백신 사이트가 표적에 오르며 '테러'에 전자정부가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정보보호 수준 제고를 위해 관련 조직을 확충하고 예산 투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43개 중앙부처 중 자체 정보보안 전담 부서를 운영중인 부처는 9개, 전담인력은 부처 당 1.45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전국적 전산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어 정부와 민간이 우왕좌왕하면서, 디지털정부 컨트롤타워 정립을 숙제로 던졌다.

그러나 2011년 재차 발생한 디도스 공격에서도 정부는 3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다시 한번 대응기반 강화 계획이 지속 예산과 실제 훈련으로 이어졌는지 사후 점검·평가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정자원 화재, 23년 전산망 사고·카카카오 사고 때 경고음

지난 2022년 데이터센터 화재로 '국민 메신저'카카오톡이 불통되면서 전국민이 혼란에 빠졌었다.
2023년 국정자원 네트워크 마비 사고까지 겹치면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데이터센터 내 리튬배터리 같은 신규 설비에 대한 안전감독과 재난 사태에 대응할 이원화 체계가 시급하다고 제안했지만 여전히 사고 이후의 혼란은 재연, 정부의 각성이 사고 대비의 최우선 과제라는 질책이 나오고 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