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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한 대로 다 이뤄졌다”…5골 차 완패 앞에 더 뼈아픈, 안첼로티의 미소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0 22:50

수정 2025.10.10 22:50

엄지 들어 보이는 브라질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연합뉴스
엄지 들어 보이는 브라질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브라질이 서울을 초토화시켰다. 세계 축구의 정상에서 내려온 강호의 위용은 너무나 냉정했고, 그 냉정함은 한국 팬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홍명보호는 브라질을 상대로 전반 13분 만에 무너졌다. 이스테방의 골이 터졌고, 그 뒤로 경기의 무게추는 완전히 기울었다. 브라질은 스리백의 허점을 파고들었고, 압박으로 두 골, 전개로 두 골, 그리고 한 골은 빠른 역습으로 완성했다.

스코어는 0-5. 세계 축구의 현실을, 그 차이를 그대로 보여준 수치였다.

그러나 더 뼈아픈 건 그 뒤였다. 경기 후 인터뷰석에 선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표정에는 단 한 점의 긴장도 없었다. 그는 “기대한 것이 다 잘 이뤄졌다. 선수들이 공을 잡았을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완벽했다. 개인 능력도 충분히 보여줬다.”라고 미소를 지으며 담담히 말했다.

그의 말은 칭찬이었지만, 한국 축구에는 냉혹한 진단처럼 들렸다. 브라질이 준비한 모든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는 것, 그리고 한국의 모든 준비는 그 앞에서 무력했다는 사실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안첼로티는 또 “다양한 득점 루트로 골을 넣었기에 더 좋은 경기였다. 득점 패턴이 많아질수록 승리의 해법도 다양해진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단순한 평가전이 아니라 ‘전술적 실험의 완성’이었고, 우리에게는 ‘세계와의 간극을 체감하는 날’이었다.

그는 “한국의 스리백 라인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 과정에서 실수가 나왔고, 이스테방이 측면으로 벌리며 수비 간격을 넓혔다. 그 순간 골이 들어갔다.”라고 한국의 첫 실점을 분석했다. 그 한마디가 한국 축구의 현실을 남김없이 드러냈다. 전술적 완성도, 대응력, 그리고 순간 판단력. 어느 것 하나 브라질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했다.

안첼로티는 마지막으로 “한국 선수 중 손흥민이 인상 깊었다. 그는 빅 플레이어다. 한국이 오늘 대패한 건 브라질이 매우 높은 수준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존중의 말이었지만, 그 존중조차 잔인했다.
손흥민이라는 단 한 사람을 제외하면, 한국의 존재감은 브라질의 거대한 그림 속에 희미하게 녹아버렸다.

월드컵을 향한 여정의 길목에서 한국이 마주한 현실은 차갑고도 분명하다.
“기대한 것이 다 잘 이뤄졌다”는 안첼로티의 말 한 줄이, 오늘 밤 한국 축구의 마음을 가장 깊이 후벼팠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