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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부품 공급망 '대수술'..中 부품 채택 확대 검토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2 07:46

수정 2025.10.12 07:46

중국 부품 제조업체 노하우 도입
일부 부품 조달처 중국 업체로 전환 검토
공급망 개편 미루다 과잉 부품 재고 및 실적 악화
2026년도까지 5천억엔 비용 절감 목표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닛산자동차가 비용 절감을 위해 오랫동안 ‘성역’으로 여겨온 부품 공급망 구조에 대대적인 손질을 가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2일 보도했다. 닛산은 그동안 일본 협력업체 중심으로 부품을 조달해 왔지만 앞으로는 저가의 중국산 부품 채택 확대도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 중이다.

■부품 공급망 비용 절감 추진..일부 ‘중국산 부품’으로 전환
닛케이에 따르면 닛산은 올해 봄 부품 공급망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는 태스크포스(TF) 팀을 발족시키고 본격적인 구조 개혁에 착수했다.

우선 범용 부품 활용을 늘리기 위해 조달 기준을 완화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넓은 각도를 비추는 전용 헤드라이트를 사용했지만 더 좁은 범위를 비추는 범용 부품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닛산은 중국 부품 제조업체의 노하우도 적극 도입할 방침이다.

중국 업체들은 개발 기간이 짧고 생산 비용이 낮은 것이 강점이다. 닛산은 이들의 제조 원가를 참고해 기존 협력업체에도 비용 절감 압박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부품 조달처는 일본 내 협력업체가 중심이지만, 일부 부품은 중국 제조업체에 대량생산을 맡겨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조달 구조 개편은 일본 협력업체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한 일본 주요 협력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부품 채택이 확대되면 우리도 더 큰 폭의 비용 절감을 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공급망 개편 미뤄온 닛산, 실적 악화에 '결단'
닛산이 이처럼 강력한 비용 절감에 나서는 이유는 카를로스 곤 전 회장 시절의 ‘확장 노선’과 결별하기 위해서다.

1999년 회계연도에 닛산은 6843억엔(약 6조5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적자와 부채 약 2조엔을 떠안고 파산 직전이었다. 당시 구원투수로 등장한 프랑스 르노가 닛산에 자본을 투입하고 곤 전 회장을 파견했다.

곤 전 회장은 공장 5곳을 폐쇄하고 그룹 전체 인원의 14%(2만1000명)을 감원하는 한편 부품사 납품 단가를 절반 수준으로 깎았다.

‘리바이벌 플랜(Revival Plan·회생 계획)’이라 불리는 이 비용 절감 정책으로 닛산은 2000년 회계연도에 3310억엔 흑자를 기록하며 극적인 V 자 회복에 성공했다.

그러나 곤 회장은 경영 회복 이후 세계 판매 확대를 목표로 다시 확장 전략으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차종과 부품 종류가 급증하면서 보관비용 증가 등 비용 부담이 가중됐고 이는 닛산의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곤 전 회장이 2018년 퇴임한 후에도 경영진은 공급망 개편을 미뤄왔다. 결국 판매 부진과 함께 과잉 부품 재고를 떠안게 됐고 이 구조적 문제가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생산능력 30% 감축..2026년도까지 5천엔 절감 목표
현재 닛산은 '리바이벌 플랜'을 연상시키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생산 능력을 연간 350만 대에서 250만 대로 감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4월 취임한 이반 에스피노사 사장은 “닛산의 몸집에 맞는 규모로 줄이기 위해서는 성역 없는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닛산은 오는 2027년 1·4분기까지 자동차 사업의 수익력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올해 1·4분기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은 2428억엔 적자다. 투자 여력이 줄면 기업의 지속 성장은 어렵다는 판단 하에 닛산은 2026년도까지 2024년도 대비 고정비와 변동비를 합쳐 5000억엔 절감을 목표로 설정했다.

고정비 절감은 요코스카의 오뎀바(追浜) 공장을 포함한 세계 7개 공장 축소와 2만 명 인력 감축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변동비 절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닛산 내부에서 올해 7월 말 기준 4000건 이상의 절감 아이디어가 도출됐으며 이 중 1600건은 실행 단계에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1600억엔 이상의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주식시장은 '냉담.."성장 전략 제시해야"
에스피노사 사장의 개혁 속도에 대해 사내에서는 “신속하게 체계를 세운 점은 평가할 만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면 주식시장의 평가는 냉담하다.

지난 9월 말 기준 닛산 주가는 6개월 전보다 4% 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닛케이225평균주가가 26%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경쟁사인 도요타(9% 상승), 혼다(14% 상승)에 비해서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구조조정은 평가할 만 하지만 성장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구조조정 이후 신차 출시를 중심으로 한 성장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미국 테슬라나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의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신차 판매가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업계에서는 혼다와의 제휴 강화 등 새로운 성장 비전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