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네수엘라의 테니스 선수 곤살루 올리베이라가 '키스 때문'이라는 사상 초유의 변명을 내놨지만, 결국 국제테니스청렴기구(ITIA)의 철퇴를 피하지 못하고 4년 자격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한때 복식 세계 랭킹 77위까지 올랐던 그의 커리어가 한순간의 '입맞춤' 주장 때문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다.
지난해 11월 멕시코 ATP 챌린저 대회에 출전했다가 도핑 테스트에서 각성제 성분인 메스암페타민이 검출된 것이 발단이었다. 충격적인 결과에 올리베이라는 "고의로 약물을 복용한 게 아니다. 키스를 하다가 상대방의 약물 성분이 내 체내로 흡수된 것"이라는 '입술 도핑' 주장을 펼쳤다.
이미 올해 초부터 일시 정지 상태였던 그의 징계는 2025년 1월부터 기산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키스 변명'이 과거에는 통했던 전례가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프랑스의 여자 펜싱 선수 이사오라 티뷔 역시 금지 약물 검출 후 키스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결국 세계반도핑기구(WADA)와의 법정 다툼 끝에 고의성을 인정받지 않아 징계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심지어 프랑스 테니스 선수 리샤르 가스케도 2009년 코카인 양성 반응이 나왔을 때 나이트클럽 여성과의 키스를 이유로 들었고,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 징계를 면했다. 과거 다른 선수들은 '키스'라는 황당한 변명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올리베이라에게는 이 주장이 끝내 '면죄부'가 되지 못한 것이다.
같은 '키스 스캔들'이라도 누구는 살고 누구는 4년의 커리어를 잃게 된 이 기묘한 사건은 스포츠계 도핑 판정의 잣대에 대한 논란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키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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