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7년 도입되는 IFRS 18로 인해 금융감독원과 기업, 회계기준원은 '비상' 모드이다. IFRS 18이 그대로 국내 기업들에 적용될 경우 실적, 주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IFRS 18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회계업계는 IFRS18의 한국 내 연착륙을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귀띔했다.
IFRS 18의 핵심은 손익계산서를 ‘영업·투자·금융활동’으로 구분하고, 기업이 자의적으로 정의해온 MPM(경영성과지표)를 재무제표 주석에 포함하도록 한 점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조정 EBITDA’, ‘조정 영업이익’ 등 MPM과 같은 비공식 지표를 IR자료나 보도자료로만 설명해왔다. 그러나 새 제도의 도입으로 기업이 만들어낸 ‘보충 성적표’는 회계의 문법 안으로 편입된다.
IFRS 18 적용으로 기업 회계 투명성이 높아지는 만큼, 경영 리스크 또한 장부에 여실히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바로 지분법 손익과 노무 리스크가 거론된다. 그동안 LG그룹 같은 일반지주사는 계열사 투자이익을 ‘영업손익’으로 분류해왔다. 그러나 IFRS 18은 지분법 손익을 ‘투자활동’으로 재분류한다. 이로써 LG전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핵심 자회사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그 이익은 더 이상 지주사의 영업이익에 반영되지 않는다. 재무제표 상에서 ‘보이는 체력’이 약화되는 구조다.
여기에 ‘노란봉투법’이 더해지면 리스크는 배가된다. IFRS 18에서는 파업 등에 따른 손실을 ‘영업활동 손익’에 포함시킨다. 그동안 기업들은 파업 손실을 ‘영업외손익’으로 처리해 핵심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새 제도 아래에서는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영업이익 자체가 줄어들고, 줄어든 영업이익은 주가, 신용등급까지 흔들 수 있다. 협력업체 네트워크가 넓은 제조 대기업의 노조 이슈가 기업 밸류에이션 등에 도미노 파장을 가져올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 그룹은 하청노조와의 교섭 대상 확대 가능성으로 노란봉투법과 IFRS 18이 동시에 충돌하는 구조적 부담에 직면했다. IFRS18은 국내 착륙 전부터 회계기준 변화를 넘어 기업 경영방식과 체질 전반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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