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황·전망

‘반도체 지수’ 3분기 상승률 싹쓸이… 관세 리스크는 변수

배한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2 18:24

수정 2025.10.12 18:23

23% 상승 ‘KRX 반도체’ 등 상위
AI 확산에 메모리 실적 개선 기대
"반도체 수요 견조" 4분기도 우호적
美성장주의·환율 불안은 부담 요인
‘반도체 지수’ 3분기 상승률 싹쓸이… 관세 리스크는 변수
올해 3·4분기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 지수가 상승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산과 메모리 가격 회복에 힘입어 업종 전반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불거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불확실성은 4·4분기 변수로 꼽힌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9월까지 'KRX 반도체' 지수는 23.52% 상승해 전체 지수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KRX 300 정보기술'(23.00%)과 'KRX 정보기술'(22.69%), 'KTOP 30'(15.80%)과 'KRX 100'(14.28%) 등이 뒤를 이었다.



해당 지수들은 대부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3·4분기 동안 삼성전자는 6만200원에서 8만3900원으로 39% 가까이 올랐고, SK하이닉스는 28만5500원에서 34만7500원으로 22% 상승했다.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전반의 상승세를 주도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AI 확산이 촉발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가 3·4분기 지수 급등의 주요 배경으로 보고 있다. 오픈AI와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서버 투자 확대, 네오클라우드(신흥 클라우드) 기업들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급증으로 D램·HBM 수요가 동시에 늘었다.

4·4분기 전망도 우호적이다. 시장에서는 생성형 AI 수요가 내년까지 이어지며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규 공정 가동이 내년 이후로 예정된 만큼 단기 공급 부담은 크지 않고 메모리 가격 상승세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D램 구매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단기 업황은 강화되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호황은 지속될 것"이라며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국내 메모리반도체 합산 영업이익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3·4분기 가파른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만큼, 단기적으로는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공존한다.

최대 변수는 글로벌 불확실성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예고하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 갈등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이에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가 3.6% 급락했고, 엔비디아(-4.9%), AMD(-7.8%)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AI 관련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미·중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단기적으로 기술주 중심의 변동성 확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희토류 제재와 미국의 추가 관세 언급으로 인해 미국 성장주의 주가 급락이 이어졌다"며 "향후 한국 반도체 주가는 미국 성장주의 주가 흐름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되며 코스피 대비 아웃퍼폼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불안도 부담 요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 영향으로 1420원선을 돌파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11일 새벽 한때 143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환율이 오를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환차손 등으로 매수세가 주춤할 수 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