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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드백 법제화? 글로벌 흐름에 역행.. 규제보다 진흥을"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3 17:58

수정 2025.10.13 21:21

서울의 한 CGV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상영관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CGV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상영관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최근 침체된 영화산업을 회복시킬 대안으로 ‘홀드백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면 극장 개봉작은 극장 상영 종료 후 6개월이 지나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며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해 K-콘텐츠 경쟁력 확대를 저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 영화계 위기에 홀드백 법제화 추진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임오경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은 지난달 ‘홀드백 6개월’ 내용을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환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홀드백이란 극장 개봉 후 OTT 등 비극장 플랫폼에서 공개되기까지의 기간을 법률로 정하는 ‘상영 유예 기간’을 말한다.



한국 영화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관객 수가 2억2667만명으로 절정에 달했으나 2024년에는 45.7%가 감소한 1억2312만명이었다. 올해 관객 수는 이날 기준 8180만명으로 '연 관객 1억명 붕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영화 개봉 후 한두달만 기다리면 추가 비용 없이 집에서 OTT로 영화를 볼 수 있어 극장 관객이 급감했고 제작 환경까지 위축됐다는 영화계의 주장이 이번 법안에 반영된 것이다.

과거에는 극장 상영 후 6개월 이상 지난 작품들이 OTT, 인터넷TV(IPTV) 등에 공개됐지만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그 기간이 크게 짧아졌다. 대작들도 넷플릭스, 디즈니+ 등 OTT에 평균 3~4개월 안에 공개됐고 ‘범죄도시 4’처럼 개봉 한 달 만에 서비스된 작품도 있다.

■ "글로벌 흐름에 역행.. 소비자 선택권 제한 말아야"
이와 관련해 OTT 업계에서는 K-콘텐츠 진흥을 독려해야 할 시점에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 북미와 유럽 주요 국가에서 홀드백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일부 작품은 OTT와 극장, 방송에서 사실상 동시에 공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온라인 스트리밍 중심으로 변화한 소비자들의 시청권을 제한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3년 영화소비자 행태조사'에서 극장 관람 빈도가 줄었다는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감소 이유를 묻자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24.8%)와 함께 '품질 대비 티켓 가격이 올라서'(24.2%)라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극장 개봉 후 조금만 기다리면 다른 관람 방법으로 시청이 가능해져서’(16.6%)라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실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관객수 500만명을 넘은 데 이어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 최근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200만 관객을 눈 앞에 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수익 구조 역시 소수의 대형 극장 체인에 집중되고 대다수 영화인은 극장 이후의 주요 수익 창구인 부가판권을 크게 잃을 수 있다. 또 해외 계약이 얽힌 외국 영화와 달리 국내 영화에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경우 국내 영화에 대한 역차별 문제와 통상 마찰의 불씨도 안고 있다.
최악의 경우 소비자들은 ‘누누티비’ 같은 불법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어 이는 산업 전체를 공멸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