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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피싱 피해 1조3천억 육박… 총력 대응 나선 은행권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3 18:58

수정 2025.10.13 18:57

당정 "무과실 배상 책임 묻겠다"
시중銀, AI 활용 사전차단 사활
올 피싱 피해 1조3천억 육박… 총력 대응 나선 은행권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가 급증하며 올해 연간 피해액이 1조3000억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은행에 무과실 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은행권은 사활을 걸고 인공지능(AI) 기반 이상거래 탐지와 예방시스템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피해 급증과 청년층 확산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모두 8856억원에 달했다. 전년동기 대비 91.5% 급증한 수치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말에는 피해규모(누적)가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금융환경과 가상자산 투자가 늘면서 20~30대를 중심으로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하는 것이 특징이다.

피해가 급증하자 당정은 은행권에 대해 '무과실 배상 책임'이라는 강경책을 꺼냈다.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범죄자에 속아 직접 자금을 이체했더라도 금융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제도는 이미 일부 금융 분야에 도입돼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은 카드 분실을 통지한 이후 발생한 사고에 대해 카드사가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은 해킹 등 전산 금융사고 발생시 전자금융업자가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당정은 이 범위를 보이스피싱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의견 수렴이 진행되고 있으나 은행권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대다수 범죄주체가 해외조직인데 금융사에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은행권, AI 기반 예방 대책 총력

은행권은 보이스피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AI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8월 보이스피싱 전담인력을 기존 11명에서 25명으로 늘렸다. 피해예방의 핵심인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은 AI가 스스로 피해사례를 분석해 수상한 거래 패턴을 미리 찾아내고, 신속한 계좌 지급정지 등 예방조치를 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2022년 12월 은행권 최초로 도입한 'AI 이상행동 탐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전체 영업점으로 확대했다. 고객이 거래 중 휴대폰 통화를 하거나 선글라스 및 모자를 착용하는 이상행동을 보일 경우 고객에게 주의문구를 안내하는 서비스다. 신한은행은 올해 AI 탐지모델을 도입했고, 사기 피해에 대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일정 부분 보상하는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 제도를 운영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8년 금융권 최초로 보이스피싱 사고를 AI로 학습시켜 이상거래를 분석 및 탐지하는 AI기반 신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도입한 바 있다. 금융사기 피해 예방에 획기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하나원큐' 앱에도 보이스피싱 앱 탐지기능을 탑재했다.

우리은행은 경찰청·금융보안원과 협력해 해외 의심계좌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무료 보이스피싱 보험 한도를 1000만원으로 늘렸고, 피해자 생활안정자금대출도 운영한다.
이밖에 NH농협은행은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하며, 영업점에서 버튼 클릭만으로 112 신고가 가능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책임을 은행에만 떠넘겨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
무과실 배상 논의가 진행되는 만큼 정부와 금융권이 함께 제도와 기술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