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치매 앓던 어머니,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 승우 기억" [잃어버린 가족찾기]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3 19:34

수정 2025.10.13 19:34

44년전 사라진 동생 찾는 양유진씨
숙부 댁 가는 길에 할머니 손 놓친 남동생
어머니가 행방 샅샅이 뒤졌지만 못찾아
"혹시라도 버림받았다 생각하지 말았으면"
"치매 앓던 어머니,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 승우 기억" [잃어버린 가족찾기]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승우를 잊지 못하셨어요. 임종 때 '승우를 꼭 찾겠다'고 말씀드리니까 그제야 겨우 웃으면서 눈 감으시더라고요."

양유진씨는 40여년 전 잃어버린 동생 양승우씨(현재 나이 47·사진)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승우씨의 실종은 어머니에게 평생 한으로 남았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을 잊지 못했다.

승우씨는 1981년 3월 1일 서울 종로구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당시 승우씨 남매는 아버지와 살았고,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집을 비운 상태였다.

승우씨의 아버지는 집에 없을 때가 많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집주인은 직접 양씨의 할머니에게 연락해 아이들을 돌보도록 했다.

할머니는 한달음에 양씨 남매를 찾아왔으나 아이들을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았다. 결국 양씨는 버스를 태워 어머니를 찾아가게 했고, 승우씨는 직접 데리고 작은아버지 댁으로 갔다. 이 과정에서 양씨는 길을 잃어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승우씨는 종로구 한 다리에서 할머니의 손을 놓쳐 실종됐다.

돈을 벌어 돌아온 어머니는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곧바로 아이들을 찾아나서 양씨를 보육원에서 데려왔지만 승우씨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경찰과 보육원을 샅샅이 뒤져도 결과는 같았다. 전단을 배포하고 실종아동을 찾는 방송까지 출연했으나 도움이 되진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머니의 마음은 병들어갔다. 승우씨와 닮은 아이를 찾아 DNA 대조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고문과도 같았다. 평생 마음을 졸이던 어머니는 60대에 우울증을, 70대 초반에는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다. 기억이 흐릿해지는 와중에도 어머니는 '승우를 찾아야 한다' '승우를 만나야 한다'는 짧은 일기를 계속 썼다. 니중에는 승우씨가 언제 집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며 외부 기관에서 치료받는 것도 거부했다.

양씨는 "사실 제 위로 오빠가 하나 있었는데 어릴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공교롭게 아들 둘을 모두 잃었으니 어머니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겠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동생이 실종된 이후 집안 분위기는 늘 어두웠다"며 "어머니가 웃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고, 승우를 찾는 데 드는 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아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승우씨는 작고 쌍꺼풀이 없는 눈에 다리가 약간 안쪽으로 굽은 신체 특징이 있었다. 양씨는 어릴 적 동생과 소꿉놀이하던 추억을 갖고 있다. 어머니가 뜨개질할 때면 동생이 곁에서 낮잠을 자던 모습도 기억에 남아 있다.

양씨는 승우씨가 한 가정의 아버지가 돼 행복하게 살고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승우씨는 결코 버림받은 것이 아니니 낙담하지 않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온가족이 수십년 동안 승우를 기다렸다"며 "혹시라도 승우가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실종자를 찾기 위해 DNA 등록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며 "승우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고 DNA를 등록해 가족을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