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메탄올 생산기지 구축하는 이상호 태백시장
폐광 이후 첫 1조3000억대 국책사업 확정
2112억 투입 청정메탄올 제조시설 건설
메탄올·광물 수송 위한 물류시스템 조성
일자리·인구증가 등 도시활력 회복 기대
6475억원 규모 태백URL 국책 사업 유치
주민 찬성 없이 고준위 방폐장 전환 불가
소멸해소 위해 3600억 규모 교도소 유치
이상호 시장 "청정에너지 도시로 거듭날 것"
【파이낸셜뉴스 태백=김기섭 기자】강원 태백시는 대한민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큰 격동의 시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대한석탄공사가 운영하는 장성광업소가 문을 닫으며 석탄시대를 마감하고 친환경 에너지 도시로 전환하는 출발선에 서 있기 때문이다.
태백시는 1970년대 이후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석탄으로 한때 인구가 13만명에 달하는 산업도시였다. 석탄시대 전성기에 광업소만 40개가 넘으면서 '동네 개들도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경기가 좋았다. 하지만 석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태백의 번영도 함께 저물었고 결국 지난해 '석탄 왕국'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태백시는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석탄'에서 '청정메탄올'로의 에너지 대전환 전략을 선택했고 그 중심에는 이상호 태백시장이 있다. 정부도 이같은 태백시의 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총 1조3000억원대에 달하는 국책사업을 확정했다.
14일 태백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이상호 시장은 "1989년 석탄 합리화 이후 35년간 폐광지역에 강원랜드 이외에 제대로 된 국책사업이 없었다"며 "이번 정부 지원을 계기로 앞으로 태백시는 과거 석탄산업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던 도시에서, 향후 100년을 책임질 무탄소 청정에너지 도시로 완전히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시장과의 일문일답.
ㅡ대전환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태백시의 미래 백년대계를 위해 '석탄산업' 대신 '청정 메탄올 산업'을 추진하는 '태백 경제진흥개발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사를 최종 통과했다. 이번 예타 통과로 354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또 지난해 12월 폐광 대체사업으로 원자력발전소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 처분기술을 연구하는 지하연구시설(URL)을 유치했다. 이에 따른 사업비는 6475억원이다. 여기에 인구 감소를 해소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교정시설인 교도소를 유치했다. 법무부가 국유재산관리기금(사업비) 3600억원을 들여 최대 1500명까지 수용 가능한 교정시설을 조성하게 된다. 이처럼 큰 틀에서 3개의 국책 사업이 진행되고 예산규모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1981년 태백시 개청 이래 유례없는 규모다. 1989년 석탄 합리화 이후 제대로 된 국책사업이 확정된 만큼 도시 전체를 청정에너지 도시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ㅡ무탄소 에너지 도시 계획을 설명해달라.
▲조기 폐광 대체 사업인 '태백시 경제 진흥 개발사업'이 기획재정부 제8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3540억원 규모의 사업비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이 예산으로 청정 메탄올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우선 청정메탄올은 바이오매스와 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친환경 연료다. 또 운송이 용이하고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커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청정 메탄올 생산 기반이 없다. 이 때문에 태백시가 대한민국 최초의 청정 메탄올 생산지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옛 장성광업소 부지에 2112억원을 투입해 청정메탄올 제조시설을 구축하게 되며 연간 2만2000t, 최대 1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내년 정부 예산에 74억원이 반영돼 메탄올 생산기지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ㅡ청정 메탄올 육성을 위해 제조시설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청정메탄올 제조시설 이외에도 핵심광물 산업단지를 구축하고 물류시설 조성사업과 근로자 주택단지 건설사업도 추진된다. 핵심광물 산업단지는 228억원이 투입되며 철암동에 조성 중인 고터실산업단지와 연계,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3만6000㎡ 규모의 추가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니켈과 리튬, 티타늄 등 핵심광물 회수와 자원화 기술을 보유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의 협업을 통해 내실있고 유망한 기업들을 적극 유치할 예정이다. 여기에 철암 선탄장 부지와 석탄 운송 철도 인프라를 활용해 청정메탄올과 핵심광물 등 산업 생산물을 저장하고 이동시키는 물류 거점도 조성된다. 마지막으로 근로자 거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470억원을 들여 근로자 주택단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ㅡ이번 신사업 추진으로 인해 기대되는 효과는.
▲이번 사업이 본격화되면 메탄올 생산기지와 배후시설 조성 단계에서만 수천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기지 조성이 완료되면 1000개 이상의 직간접적인 고용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메탄올 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인구 유입이 크게 늘어나 도시 활력도 회복될 것이고 현재 겪고 있는 지역소멸 위기도 벗어날 수 있다. 국가적으로도 그동안 생산시설이 전무했던 청정메탄올을 태백시가 생산, 국가 에너지 전략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ㅡ고준위방폐물 지하연구시설 유치 효과는.
▲태백시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원자력발전소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기술을 연구하는 지하연구시설(URL)을 유치했다.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은 6475억원 규모의 정부 예산이 투자되고 향후 R&D 사업으로도 확대돼 1조원 이상의 연구비와 연구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태백URL인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이 추후 고준위 방폐장으로 전환될 거라는 잘못된 정보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태백URL이 추후 고준위 방폐장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요건이 많지만 현실적 요건만 우선 설명하면 고준위 방폐물 운반 용기는 최소 100t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륙에 위치한 태백시의 경우 고준위 방폐물을 운반하려면 이동 경로에 거주하는 주민과 지자체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도로포장, 교각보강, 터널 건설 등 수많은 문제가 있다. 이런 요건들을 보면 태백URL이 추후 고준위 방폐장으로 전환될 거라는 주장은 지나친 걱정에 불과하다. 특히 주민들의 찬성이 없으면 절대로 고준위 방폐장은 들어올 수 없다.
ㅡ교도소 신축사업 진행 상황은.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후 산업기반이 흔들리면서 인구가 크게 감소했다.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위기를 벗어날 새로운 동력으로 교정시설을 유치하게 됐다. 당초 총사업비가 2001억원으로 책정됐지만 급경사지에 따른 여건 변경과 건축비 상승 등으로 실시설계가 변경되면서 1600억원 증액돼 총 사업비가 3600억원 규모로 늘었다. 총사업비가 기존 대비 15% 이상 증액되면 타당성 조사부터 행정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현재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법무부, 기획재정부, 조달청 등 관련 중앙부처와 계속해서 협력 중이다. 2027년 초에는 착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ㅡ시민들께 하고픈 말은.
▲내년에 예산 6000억원 시대, 채무 제로화에 도전하겠다. 2014년 태백관광개발공사 오투리조트 사업채무 지급보증으로 1307억원 채무액이 발생했다. 2014년 예산이 3500억원대, 채무액이 1307억원이다 보니 예산의 36.7%가 부채였고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25%가 넘어 재정 위기 지자체로 지정됐다. 하지만 올해 예산은 5500억원, 채무액은 94억원이다. 예산 대비 부채 비율이 1.4%에 불과하다. 재정 건전성을 이뤄냈다. 내년에는 94억원의 빚을 다 갚아 채무 제로인 상태에서 1조3000억원대의 국책사업을 추진하겠다. 태백시가 대한민국 최초의 청정에너지 산업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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