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한 게국지에 가을 전어 서비스
딴뚝통나무집식당서 식도락 만끽
붉게 물든 청산수목원 낭만 절정
팜파스정원에 핑크뮬리 어우러져
꽃지해변·백사장항은 노을 맛집
해변길 5코스에 번지는 낙조 압권
딴뚝통나무집식당서 식도락 만끽
붉게 물든 청산수목원 낭만 절정
팜파스정원에 핑크뮬리 어우러져
꽃지해변·백사장항은 노을 맛집
해변길 5코스에 번지는 낙조 압권
【태안(충남)=정순민 기자】 여행의 성패는 음식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배가 불러야 비로소 풍경도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어서다. 가을로 접어드는 10월, 충남 태안에 가면 맛있는 음식이 지천이다. 펄떡펄떡 뛰는 큼지막한 대하가 제철이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와 통통하게 살이 오른 꽃게도 밥상 한가득이다.
■'게국지' 맛보러 태안으로 가볼까?
'흑백요리사'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30)는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게국지 파스타'를 내놓으며 최종 라운드에 올랐다. '게국지'는 먹을 게 없던 시절 충남 태안 바닷가 사람들이 먹다 남은 게장을 버리기 아까워 여기에 묵은 김치를 넣고 팔팔 끓여낸 음식이다. 묵은지의 깊은 맛과 게장의 짭조름한 맛이 어우러진 게국지는 요즘 음식과 비교하면 좀 슴슴한 편이지만, 입안 가득 밀려오는 바다 향기와 국물에 밴 오래된 손맛이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충남 태안에는 게국지를 잘 하는 집들이 많지만, 안면도에 왔다면 꽃지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딴뚝통나무집식당을 추천한다. 2대째 게국지 장사를 하고 있는 딴뚝통나무집식당은 화학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고 마른 새우와 들깨 가루만 사용해 감칠맛을 더하고, 묵은지 대신 싱싱한 생배추를 넣어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국물 맛을 낸다. 알이 꽉 찬 암게로만 만드는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탱글탱글하면서도 비린내가 없는 새우장도 이 집의 인기 메뉴다. 게국지에 꽃게장과 새우장이 함께 나오는 세트 메뉴는 7만5000원, 태안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게국지(소)와 꽃게탕(소)은 5만원이다. 세트 메뉴를 시키면 '머리부터 꼬리까지 뼈째 씹어 먹어야 제맛'이라는 가을 전어도 서비스로 나온다.
■'노을 맛집' 꽃지해변과 백사장항
꽃게와 대하로 두둑하게 배를 채웠다면 이번에는 붉은 노을을 즐길 차례다. 해산물이 지천인 태안은 맛의 고장이면서 동시에 유난히 붉은 낙조로 유명한 '노을 맛집'이어서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하랑꽃게랑다리(인도교)가 있는 안면도 초입 백사장항에서 매년 봄 태안세계꽃박람회가 열리는 꽃지해변까지 이어지는 해변길 5코스, 일명 '노을길'이 볼만하다.
노을길의 시작은 백사장항이다. '옥석같이 곱고 흰 모래밭'을 품고 있는 백사장은 우리나라 최대 자연산 대하 집산지다. 포구 주변에는 각종 수산물 판매장이 몰려 있어 어시장을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백사장항을 지나 세 개의 봉우리가 인상적인 삼봉해변에 닿으면 키 큰 해송이 길게 줄지어 서있는 곰솔림을 만나게 되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싱그러운 소나무 숲길을 걷는 맛이 일품이다.
야영장을 겸하는 삼봉해변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해안 동·식물의 보고가 된 기지포 해안사구가 나오고, 그 아래쪽에선 천연기념물 138호인 방포 모감주나무 군락지를 만난다. 여기서 아치형으로 지어진 방포항 꽃다리를 지나면 거기가 바로 최고의 낙조 명소 꽃지해변이다. 시간을 잘 맞춰 걷다보면 노을길의 마지막 기착지인 이곳에서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멋진 노을과 조우할 수 있다.
■안면도자연휴양림·청산수목원의 가을
게국지와 노을, 그리고 그 다음 코스는 숲이다. 안면도자연휴양림에서는 하늘 높이 솟아있는 키 큰 소나무(안면송)를 만날 수 있고, 청산수목원에선 가을을 알리는 팜파스그라스와 붉게 피어난 핑크뮬리를 영접할 수 있다.
안면도자연휴양림은 국내 유일의 소나무 단순림으로 100살이 넘는 안면송이 집단적으로 자라고 있다. 안면송은 고려 때부터 집과 배를 만드는데 주로 사용됐던 귀중한 자원으로, 지난 1965년부터 충청남도가 특별 관리하고 있다. 휴양림으로 들어서면 시원스레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뿜어내는 솔향기에 정신까지 맑아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휴양림 안에는 소나무숲 사이에 지어진 숲속의집 19개 동과 단체 및 개인이 묵을 수 있는 산림휴양관, 한옥집, 황토방 등이 있어 하루 묵어갈 수도 있다. 주차장을 기준으로 길 건너편에 있는 안면도수목원도 잘 가꿔져 있어 산책 삼아 한 바퀴 돌아보면 좋다.
안면도 바로 위 태안군 남면에 위치한 청산수목원도 이 계절에 가보면 좋은 장소다. 특히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팜파스 정원이 조성돼 있어 높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좋다. 팜파스와 함께 울긋불긋 피어난 핑크뮬리와 붉은 꽃무릇(상사화)도 가을의 낭만을 더한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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