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6일 “한일 양국은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보거나 이득을 보는 관계가 아니다”라며 “새 정권에서는 분단보다는 연대, 대립보다는 관용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도쿄 게이단렌회관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 축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의 동맹국으로,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일 관계 강화가 중요한 과제이며, 지금까지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시바 총리는 특히 에너지 안보와 인구 감소 문제를 언급하며 “한일 양국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 과제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저출산·고령화가 현재 추세로 진행된다면 2100년에는 인구가 절반으로 줄고, 200년 후에는 10분의 1, 400년 후에는 30분의 1로 감소할 전망”이라며 “인구가 집중된 서울은 일본보다 감소 속도가 더 빠르고, 제2의 도시인 부산 역시 매우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서도 그는 “양국 모두 에너지 부족국이지만, 수소·암모니아 등 새로운 에너지원 관련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쌓아온 기반 위에서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긴밀한 의사소통을 지속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양국이 이러한 공동 과제에 대응하며 함께 해법을 찾아간다면 아시아의 안전은 물론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쓰쓰이 요시노부 게이단렌 회장도 이날 개회사에서 “한일 양국이 근간으로 삼아온 규칙에 기반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 경제 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와 법 앞의 평등 등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이 힘을 합쳐 질서 유지와 강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지향적이고 후퇴하지 않는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해, 그 환경 정비와 관련된 논의를 더욱 심화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역시 “미래로 향하는 한일 양국의 앞길에 언제든 거센 풍파가 닥칠 수 있지만, 한 배를 타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소년들처럼 서로를 믿고 격려하며 협력한다면 어떤 난관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한국에는 ‘이웃 사촌’이라는 말이 있고, 일본에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이 있다”며 “양국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만큼 마음의 거리도 가장 가까운 이웃 사촌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리셉션에는 양국 정부와 재계 인사들이 참석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발전 의지를 다졌다.
한국 측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이, 일본 측에서는 요시다 켄이치로 소니그룹 회장, 고지 아키요시 아사히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경협과 게이단렌은 다음 날 ‘제32회 한일 재계 회의’를 열어 향후 경제 협력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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