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아줌마는 한국 보험산업 성장 시절에 보험상품을 친근하게 해줬던 대표적인, 절대적인 판매채널이었다. 동시에 보험아줌마는 불완전판매 등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부정적인 면을 상징하기도 했다. 설계사로 근무했던 보험아줌마를 믿고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많았지만 정작 그 보험상품이 어떤 것인지, 어떤 보장을 해주는지에 대한 설명도 이해도 부족했던 시절이었다.
한국 보험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선 현재 보험아줌마는 없다. 대면에 의존했던 보험산업 판매채널이 온라인(CM)과 전화(TM), 방카슈랑스(은행 등 금융기관 보험대리점)로 다변화된 동시에 보험아줌마로 대표됐던 대면채널 역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유능한 설계사로 대체된 까닭이다.
보험은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개개인의 위험을 낮춰주는 역할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복지와 안전을 강화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그래서 이제 한국의 보험산업은 저출산·고령화로 변화하고 있는 우리 세대의 발전을 도모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미래의 위험을 낮출 수 있고 국가는 지속가능성을 갖출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공적 보험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도, 각 보험사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화재안심보험이나 지수형 기후보험 등과 같은 공적 보험상품이 대표적이다. 정부와 보험업계, 학계가 머리를 맞댄다면 화재사고로 인해 피해를 본 우리 이웃에게 최소한의 자립기반은 마련해줄 수 있다. 화재로 인명·재산 피해를 봤지만 도움받을 근거가 없어 망연자실하는 국민은 없어야 한다.
민관의 협심이 지속된다면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일용직 근로자가 상상을 초월하는 이상기후로 야외작업을 할 수 없어 일당을 받지 못하는 것을 보상해주는 지수형 기후보험도 빠르게 도입될 수 있다. 이 같은 공적 보험은 궁극적으로 국민 복지와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특히 사이버보험 상품에 대해서는 국가적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연이어 해킹사건이 발생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이버보험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해외에서 판매 중인 사이버보험 상품은 개인정보 유출 대응·데이터 복구·해킹 협상 비용 등을 보상해준다. 하지만 국내 관련 보험은 전무하다. 사이버보험의 표준을 마련하고 다양한 리스크를 보장하는 상품이 출시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인데, 이것은 개별 보험사가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국가가 주도하고 보험사가 따라오고 관련 상품이 서둘러 출시돼야 향후 더 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이 피해를 방지하는 것은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과도 직결된다.
정부와 보험사들은 보험을 다시 생각해야 봐야 한다. 정부는 보험사들의 불완전판매만 현미경 잣대로 살펴볼 것이 아니라 보험사들이 보험업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뒷받침해줘야 한다. 보험사를 제재 대상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이끌어 줄 파트너로 여겨야 한다.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보험사는 사기업이기 때문에 손실을 마냥 감수할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 세대의 발전을 도모하고 사회복지와 안전을 강화하는 역할에 수동적으로만 임해서는 곤란하다.
보험사들은 보험업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보험의 한자는 '지킬 보'에 '험할 험'이다. 위험에 대비해 보호한다는 뜻이다. 예상치 못한 위험이나 손실에 대비해 보호하는 것이 보험이다. 그것이 보험업을 영위하는 보험사들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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