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놈펜, 시아누크빌 등지에서 대규모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한국인 납치 살해 피해가 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16일 김진아 외교부 2차관과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부장)으로 구성된 정부합동대응팀이 캄보디아 경찰 당국과 함께 캄보디아 '따께우주 태자단지' 현장을 급습했다. 태자단지는 망고단지, 원구단지와 더불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의 대표적인 웬치(범죄단지)로 꼽히는 곳이다.
정부합동대응팀은 이날 현장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한-캄보디아 정부가 현지 피해자 보호를 위한 공동대응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신속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부합동대응팀이 따게우주 태자단지를 급습했지만 범죄조직은 이미 모두 현장을 떠나고 건물엔 인기척도 없었다. 태자단지는 프놈펜 신공항인 테초 공항 인근으로 차로 20~30분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주변은 모두 허허벌판이다. 건물은 아파트처럼 지어졌으며 A~K동까지 무려 10개 동이 넘었다. 그 곳은 주거 공간과 대규모 식당, 편의시설까지 갖춰진 거대한 범죄 단지였다.
범죄조직이 숙박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에서는 미처 챙기지 못한 옷가지와 맥주캔 등이 방안에 널브러져 있었다. 숙소로 들어서자 방 하나에 이층침대 2~4개가 들어가 있었다.
식당으로 추정되는 건물 앞에는 '꾸이린 미펀', '샤오구워판' 등 중국 음식을 3호동에서 판매한다는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완스루이(뜻한대로 모든 게 이뤄지길)'이라고 적힌 부적이 건물에 붙어 있어 중국계 조직이 단지를 운영 중인 것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사기 범죄 단지를 운영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천즈 회장의 프린스 그룹이 운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작업실로 보이는 곳에는 이미 컴퓨터 본체를 비롯한 주요 물품들은 모두 사라지고 의자와 전선 몇 가닥만이 남겨져 있었다. 캄보디아 경찰 당국은 장소에 대해 묻는 질문에 "아직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 작업실 앞에는 스마트폰 보관함이라고 적힌 보관함이 걸려 있었고, 이름이 아닌 숫자로 각 개인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김 차관과 박 국수본부장은 태자단지를 캄보디아 당국과 둘러본 후 취재진 대상 브리핑에서 "캄보디아 측에 우리 경찰청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한-캄보디아 스캠범죄 합동대응 TF' 구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현재 캄보디아 내 구금되어 있는 우리 국민 범죄연루자의 조속한 송환을 위한 캄보디아 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 국수본부장은 "지금까지는 피해 신고가 외교부 콜센터나 영사를 통해 접수돼 현지 경찰에 전달되는 절차가 복잡했다"며 "앞으로는 외교부·경찰청·국정원과 캄보디아 경찰이 합동으로 현장에 즉시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국수본부장은 "신고 즉시 현장 개입이 가능해지는 만큼 우리 국민 보호 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이라며 "운영 방안은 외교부와 경찰청, 국정원이 세부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캄보디아 정부는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여행경보 상향 조치와 한국 언론의 부정적 보도에 대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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