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라인 간부들 "경찰 때려잡아야" "총 차고 다니겠다" 강경 대응 증언도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직후 김건희 여사가 "경호처는 총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뭘 했나"라며 질책했다는 대통령 경호처 내부 보고가 있었다는 법정 증언이 공개됐다. 당시 경호라인 내부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려는 강경 기류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17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윤 전 대통령의 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신 전 대통령경호처 가족부장은 김건희 여사의 발언이 경호관 보고를 통해 전달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김 전 부장에게 지난 2월 1일 가족경호부 소속 A 경호관으로부터 받은 보고 내용을 확인했다.
특검이 "김 여사가 '경호처는 총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뭘 했나. 그런 걸 막으려고 가지고 다니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했다고 보고했나"라고 묻자, 김 전 부장은 "네"라고 답했다.
다만 김 여사가 체포영장 집행 전 총기를 사용해서라도 집행을 저지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느냐는 질문에는 "영부인이 저에게 그런 말을 절대 어려워서 못했을 것"이라며 "총기 얘기는 A경호관에게 처음 들었고 황망했다"고 부인했다. 이어 "직원들이 잘못 들으면 과잉 충성할 수 있어 '이건 못 들은 걸로 하자'고 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증인으로 나온 이진하 전 대통령경호처 경비안전본부장도 1월 초 간부회의 당시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이 강경 대응 방침을 주장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본부장은 "김 전 차장이 ‘저놈들 우리가 때려잡아야 한다. 경찰은 수사권이 없다’는 말을 했나"라는 질문에 "그런 얘기를 한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이광우 전 본부장이 '경찰관들이 위법행위를 하고 있으니 우리가 저들을 체포해야 한다. 내가 총 차고 다니겠다. 철조망 설치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나"라는 질문에도 "그런 말 한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열린 첫 공판에 출석했으나, 보석 청구가 기각된 이후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했다"며 궐석 재판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김 전 부장을 다시 불러 윤 전 대통령 측 반대신문을 진행한 뒤, 이광우 전 본부장과 김성훈 전 차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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